“맨입 부탁하나”…건진법사 전성배, 기업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금품 요구 파문
기업과 정치권을 둘러싼 청탁과 금품수수 의혹이 정국의 새로운 불씨로 떠올랐다. 핵심 인물인 건진법사 전성배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콘랩컴퍼니 등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등 각종 청탁을 받고 대가를 챙긴 정황이 특검 공소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실 주요 인사와의 연결고리가 거론되며, 검찰과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가 9월 12일 확보한 전성배에 대한 특검 공소장에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콘텐츠 기업 콘랩컴퍼니 관계자들이 각종 청탁 및 알선을 대가로 거액의 현금과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상세히 적시됐다. 희림의 경우 대표 배우자 A씨가 직접 전성배에게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고, 전성배는 "힘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며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의원, 김창기 당시 국세청장과의 만남까지 주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전성배는 대통령 부부와 집권 여당, 고위공직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청탁을 들어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탁 과정에서 "부탁을 맨입으로 하느냐,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데 너는 아무것도 안 해주냐"는 발언을 하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희림 측은 여행사 법인카드, 빌라 임차비 대납 등 2022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총 4천5백만여원을 건진법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콘랩컴퍼니와의 거래에서는 전성배의 가족도 깊이 연루된 정황이 확인됐다. B씨가 한 행사 준비과정에서 전성배의 딸로부터 "아버지 인맥을 통해 고위공무원이나 유력자를 초청하겠다"는 제안이 있었고, 전성배는 "여사는 안 되지만 대통령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고위직을 행사에 참여시키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행사에는 문체부 고위공무원, 부산시 부시장, 야당 의원 등이 참석했고, 전성배는 관련 인사들과의 접촉도 주선한 것으로 특검은 판단했다.
의왕시와 연계된 사업을 둘러싼 청탁에는 더 노골적인 금품 요구도 있었다. 전성배는 "우리가 해주면 너희는 뭘 해줄거냐"며 딸에겐 월 400만원, 자신과 운전기사 비용으로 월 800만원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콘랩컴퍼니 측은 전성배 딸 지인과 측근에게 허위 용역계약을 맺은 뒤, 용역비 명목으로 매월 거액이 전달되게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총 1억6천700만여원이 전성배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실과 다수 여당 핵심 인사가 등장하는 이번 사건을 놓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세청장·여당 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이름이 거론된 부분에 대해 야당은 "권력형 청탁 게이트"라며 강력 비판했고, 여당 측 인사들은 사건 연루 및 면담 주선에 대해 부인하거나 "통상적 인사 교류에 불과했다"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사건의 당사자인 전성배 측은 '정상적 인사소개 범위'라는 입장을 내놨으나, 연루 정황이 점차 구체화되며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관련 청탁과 금품수수 의혹이 정국의 중대 변수로 부상한 만큼, 국회와 정치권은 향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