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남북대화 물꼬에 큰 기여”…정동영, 북 김영남 사망에 공식 조의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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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매듭을 놓고 정치권의 시선이 모아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일 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사망에 장관 명의로 조의를 표했다. 이번 조의는 남북 직통 통신선이 단절된 상황에서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발표되는 이례적 절차로 이뤄졌다.

 

정동영 장관은 이날 통일부 대변인이 대독한 조의문에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부고를 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 있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남북대화의 구체적 장면을 회고하며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그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남북 고위 인사 사망 시 남측 정부의 조의 표명은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이번엔 남북 간 공식 통신선이 막혀 한 차례도 전통문을 보낼 수 없어, 통일부 대변인을 통한 조의문 발표로 전환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영남 전 위원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방문 등을 감안해 조의문을 발표했다”며, 해당 발표는 관계 부처와의 조율 뒤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2005년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2006년 림동옥 통일전선부장, 2015년 김양건 노동당 비서의 사망에도 당시 통일부 장관 명의로 조전(전통문)을 세 차례 북측에 보낸 전례가 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는 담화문 발표만 있었을 뿐, 공식 조의 표시는 하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이해찬 수석부의장도 김영남 전 위원장의 타계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해찬 부의장은 “국무총리 시절이던 2005년 ‘반둥회의 50주년 기념회의’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남북 대화를 위한 계기를 만들었다”며, 일본에 보관 중인 문화재 반환에도 협력하기로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 평양 방문 당시 김 위원장과 꾸준히 대화한 경험을 언급하며 “먼 길을 떠나셨지만 머지않아 남북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아 평화통일을 이야기하는 날이 오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남북관계의 변화와 민감한 시점에 공식 조의 표명이 어떤 파장을 남길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 단절된 남북 대화 재개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정부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향후 남북 간 대화 및 교류 재개의 계기 마련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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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김영남#통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