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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하루”…서울, 흐림에도 실내외 명소서 찾는 도심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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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하루”…서울, 흐림에도 실내외 명소서 찾는 도심의 여유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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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해가 저물지 않아도 어느새 발끝에서부터 습기가 차오르는 날씨다. 흐린 서울의 하늘 아래, 여행 코스를 고르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구름이 많은 날이면 실내와 실외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명소들이 일상 속 쉼표가 된다.  

 

서울의 여름은 ‘덥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습도까지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낮 최고기온 30도에 체감온도 29도, 습도 82%로 하루를 시작한다 해도, “괜찮아, 오늘은 어떻게든 흘러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SNS에는 흐리고 적당한 바람이 부는 날씨를 배경 삼아 찍은 ‘한산한 산책로’와 ‘실내 힐링 인증샷’도 더 많이 보인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실제로 기자가 찾은 서울숲에서는 나무 그늘 아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연인들, 한껏 여유를 부리는 반려견 산책족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구름 사이로 들어 오는 햇살과 한적한 산책로, 곳곳의 예술 전시공간이 어우러지면서, “이런 날도 괜찮네”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실내외 복합 문화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대표 전망 명소인 N서울타워는 흐린 날씨에도 도심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하려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맑은 날과 달리 뿌연 하늘이 주는 특별한 분위기 때문에 일부러 찾았다”는 방문객도 있었다.  

 

실내로 눈을 돌리면, 서울식물원과 덕수궁·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인기다. 특히 서울식물원의 온실은 각기 다른 기후를 느끼며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운 날씨와 미세먼지 걱정 없이 식물을 만나는 일상은 마음까지 시원해진다”고 한 부모는 표현했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덕수궁,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기억하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도 실내 전시로 꾸며져 날씨 걱정 없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행은 꼭 맑은 날만 하는 게 아니다”, “날씨와 상관없이 서울의 매력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구름과 더위, 그 사이에서 우리는 잠시 멈췄다 가는 법을 배운다. 자연과 도심,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만들어가는 서울의 하루는 계절과 상관없이 색다른 여유와 경험을 선물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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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울숲#n서울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