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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세관, 빛으로 깨어나다”…군산 국가유산 미디어아트가 바꾼 도시 풍경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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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스미는 저녁, 구 군산세관 본관에 빛과 영상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낡은 옛 거리 한켠에 불과했지만, 지금 이곳은 밤마다 과거와 미래가 한데 만나는 예술의 공간이 됐다. 도시를 걷는 사람들 사이로 미디어파사드와 홀로그램, 그리고 관객이 직접 만든 빛나는 꽃 조형물이 손을 맞잡는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익숙했던 군산이 다시 태어나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실제로 올 가을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축제는 군산 시민들에게 특별한 저녁 산책을 선물한다. 기차 여행이라는 상징적 모티브 아래, 방문객들은 다섯 개의 ‘정거장’을 따라 예술적 시간 여행을 경험한다. 한 노인의 출발, 대나무와 난초의 계절, 국화의 추모, 매화의 희망 같은 간결한 테마들이 프로젝션 맵핑과 홀로그램을 통해 도시 곳곳에 펼쳐지고, 예술과 기술이 맞닿은 감각적 풍경을 남겼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군산! 꽃이 피다’ 융복합 공연에서는 도립 문화원과 대학팀이 연합해 공연의 정수를 보여줬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야간 ‘꽃’ 조형물이 구도심과 신시가지 전체를 빛의 꽃길로 물들였다.

시간 여행 미디어아트부터 시민 참여 꽃길까지…‘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축제’ 군산에서 열린다
시간 여행 미디어아트부터 시민 참여 꽃길까지…‘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축제’ 군산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보다 현장의 반응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SNS에서는 “군산의 밤이 달라졌다”, “나만의 추억 장소가 새롭게 태어났다”는 인증과 감성 가득한 사진이 이어진다. 지역 사회에서도 “오래된 문화유산을 이렇게 예술적으로 즐길 줄 몰랐다”며, 유산 보존과 현대적 재해석에 대한 자부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도시 예술 생활화’로 해석한다. 지역문화 트렌드 연구자인 한상은 씨는 “과거의 건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이상 지나간 시간에 머물지 않는다. 일상 속 기술과 예술이 만날 때, 도시는 다시 새로운 공간, 살아있는 이야기로 살아난다”고 느꼈다. 그만큼 미디어아트의 무대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감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 셈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예전에 그저 스쳐지나던 세관이 이젠 꼭 걸어봐야 할 산책 코스가 됐다”, “같이 꽃 조형물을 만든 가족과의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소감이 이어진다. 이제 군산의 밤거리 산책은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로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군산을 시작으로 지역 근대문화유산과 첨단 예술의 접점을 새로 정의한다. 작은 애착과 참여, 그리고 빛 한 조각이 도시와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 여행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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