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따라 걷고 숲길 따라 쉰다”…춘천의 자연과 문화 속 여름 하루
요즘 춘천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서울 근교 소도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호수와 숲길이 어우러진 느긋한 여행의 일상이 됐다.
8월 11일 춘천의 아침, 24도를 오가는 기온과 높은 습도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야외로 향한다. 미세먼지 걱정은 덜한 날씨. 오전엔 구름이 많다 오후부터는 햇살이 비치며 산책이나 라이딩, 천천히 걷기 좋은 시간이 이어진다. SNS에는 호숫가 산책 사진, 수채화 같은 청평사 숲길 풍경, 전통시장의 활기까지 다채로운 인증샷들이 빠르게 쌓인다.
대표 여정은 춘천중도물레길에서 시작한다. 잔잔히 번지는 호수 물결과 나무데크를 걷는 이들은 “평일 오후에도 한가롭게 걷는 기분이 특별하다”고 고백한다. 오랜만에 찾은 동행들과 조용히 눈을 맞추고, 발끝에 닿는 호수 냉기에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이다.

이런 유유자적 풍경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춘천 내 실내외 관광지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호수 둘레길·산책로 선호, 실내 전시관이나 청평사 등 쉴 곳과 체험 공간 동시 찾기 경향이 뚜렷하다.
김유정문학촌과 청평사는 힐링 여행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다. 문학촌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족 단위가 많았지만, 최근엔 혼자 또는 두세 명이 문학관 마을길을 한가롭게 걷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느꼈다. 청평사에서는 “숲길과 맑은 물이 더위를 식혀주고, 건물보다 자연이 더 큰 위로를 준다”는 감상도 많았다.
춘천중앙시장은 도심 감성까지 더해준다. 커뮤니티 후기에선 “닭갈비 냄새와 시장의 떠들썩함, 손에 쥔 막국수가 어쩐지 마음을 느긋하게 한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여행의 중간쯤, 전통시장의 소란과 사람 내음이 낯선 이방인에게도 포근함을 선사한다.
도시 밖 자연과 골목 안 일상, 그 사이 춘천은 느린 시간의 매력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행이란 꼭 어디 먼 곳으로 떠나야만 하는 게 아니라, 일상 가까이서도 새로운 정서를 만나는 계기가 된다”고 표현했다.
춘천에서의 하루는 단지 한 번의 여행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조용히 바꾸는 작은 실험 같다. 오늘 역시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계절의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