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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돌담길, 산사의 바람”…산청에서 만나는 가을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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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돌담길, 산사의 바람”…산청에서 만나는 가을의 고요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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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돌아보는 일이었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경남 산청에서, 깊고 맑은 가을의 숨결과 함께 옛 정취를 거닐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 산청을 찾는 이들은 돌담길 사이로 흐르는 시간과 고즈넉한 마을 풍경, 그리고 산사의 바람이 남기는 고요함에 마음을 쉬어간다. 오후 24.5도, 쾌적한 공기가 감도는 가을날, 남사예담촌 돌담을 따라 걷던 이현지(34) 씨는 “이 작은 마을에선 마음이 복잡하던 사람도 조용히 풀리는 느낌이 든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SNS에는 한옥과 흙담, 기와지붕을 배경으로 한 ‘가을 산청 인증샷’이 연이어 올라오는 분위기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산청군에 따르면 최근 남사예담촌, 정취암 등 전통마을과 사찰을 찾는 방문객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여유와 느림을 찾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복잡함에서 벗어나 정서를 달래줄 곳으로 산청의 전통마을과 사찰이 부상했다.

 

이경민 여행 칼럼니스트는 “누군가에겐 관광지보다, 돌담을 따라 걷거나 고요한 산사에서 마주하는 바람이 진짜 여행의 의미를 일깨운다”고 표현했다. 그는 “익숙했던 공간의 정적 속에서 새로운 마음을 얻는 게 산청이 주는 특별한 경험”이라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그 길을 걸으면 내가 잠시 멈춘 사람 같아진다”거나, “한 번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이런 곳에 머무르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 SNS 커뮤니티에는 남사예담촌의 저녁 풍경, 정취암에서 본 산그림자, 덕천서원의 단풍을 감상했다는 후기들이 줄을 잇는다.

 

조용한 마을과 서원, 산사의 입구마다 지난 계절을 돌아보는 이들이 가득하다. 사소하고 차분한 공간에 머무르며, 낯선 여행자인 우리가 낡은 기와 밑으로 스며든 빛과 바람, 역사의 결을 천천히 느낀다. 바쁘게 살아온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난 만큼, 자연스럽게 마음의 리듬 역시 느려진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날의 고요함과 평온은 오래도록 머릿속에 머문다. 작고 사소한 풍경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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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남사예담촌#정취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