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정부 비대위 설치 부결”…의약분업·의료현안 대응 분수령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다시금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설치 안건을 부결하면서, 당분간 현 김택우 회장 집행부 체제로 성분명 처방 의무화,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등 쟁점 현안에 대응하게 됐다. 표면상 강경 대응보다 내부 결집과 현 체제 유지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의료산업 정책 방향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6월 25일 서울 용산구 본회 회관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허용 의료법 개정안,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등 이른바 3대 의료현안에 현안 대처 기구 설치 필요성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현장 참석 대의원 중 과반 이상이 비대위 신설에 반대함에 따라 기존 회장단 체제가 계속 의협의 당면 쟁점에 대응하게 됐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의약분업의 기존 원칙을 변경할 수 있는 법안과 한의사의 방사선 장비 사용 확대 등 의료 규제 체계를 실질적으로 조정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성분명 처방 의무화는 일부 의약품을 상품명 대신 약효 성분명으로 처방하도록 해 의사와 약사, 제약업계 이해관계에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역시 기존 의료업계 직역 구분과 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를 변하게 할 쟁점으로 꼽힙니다.
기술적으로도 성분명 처방 확대는 약물 데이터베이스와 전자처방시스템(EMR·EHR)의 구조 개선, 환자 맞춤형 약제 분배 체계와 연계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의약품 데이터 표준화, 처방 오류 감소, 의료정보 디지털화 촉진 등 긍정적 효과를 낸 사례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의료계 주도의 처방권, 약사 직능, 환자 접근성 등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와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는 성분명 처방이나 한의치료 영역의 확장 논의가 지속되고 있으나, 의료 직역 간 중재와 안전성 검증이 선행조건으로 강조되는 추세다. 이에 비해 국내는 데이터 기반 정책결정과 의료산업 구조조정 논의가 아직 실무 단위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적으로는 해당 의료정책이 실제 환자 진료환경과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 대국민 안전성, 데이터 입법화 여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의료계는 정부와 국회가 업계 협의 없이 일방적 정책을 추진할 경우, 조직적 강경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정책입안 과정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약제표준화, 의료데이터 규제 등 융합 이슈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제화나 규제 환경 변화가 최종적으로 산업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료계·정치권·환자단체 모두 신중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대응체계 변화가 실제 정책과 의료 현장에 어떤 파급을 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