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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이전 · 용산구 부실대응 지적”…국무조정실, 이태원 참사 감사결과 62명 처분 요구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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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재점화됐다. 국무조정실과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합동 감사 결과,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에 따른 경찰의 인력 운용 변화와 용산구청의 부실 대응이 사고 원인으로 공식 지목됐다. 참사 대응에 책임이 있는 경찰, 용산구청, 서울시청 관계자 62명에 대한 상응 조치 요구와 함께 서울시의 징계조치 미흡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무조정실은 올해 7월 23일부터 진행된 정부 합동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견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비해 경찰 사전 대비가 명백하게 부족했다”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에 경비 인력이 집중 투입된 반면 이태원에는 경찰기동대가 전혀 배치되지 않았고, 경찰 지휘부가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22년 5월부터 10월 30일까지 용산경찰서 관내 집회 및 시위 건수는 921건으로, 전년 동기 34건에 비해 약 27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경찰 기동대 투입인원도 늘어난 반면, 참사 당일 인파 밀집 해소를 위한 경찰기동대는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고, 용산서 형사과 인력과 교통·여성청소년·생활안전과 소속 인원이 분산 배치됐던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이날 내놓은 별도 보고서 역시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감사원은 “경찰은 현장 배치 인력에 대해 인파 관리 등 혼잡 경비 임무를 조정할 수 있었으나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기존의 재난관리 체계와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2021년 핼러윈 때엔 265명(기동대 180명), 2020년에는 103명(기동대 65명)을 배치했으나, 2022년에는 기동대 없이 137명만 현장에 배치됐다.

 

또한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의 초기 대응, 참사 이후의 후속 절차 역시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무조정실은 “용산구청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고, 재난 수습 과정에서도 총체적으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도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책임과 함께 안전재난 관련 주요 인사들의 전문성 부족, 법정교육 미이수 사실 등을 집중 조명했다.

 

서울시의 징계 조치 미흡도 도마에 올랐다. 국무조정실은 “2023년 5월 용산구청 징계요구 후에도 공식 절차 없이 징계를 보류했고, 당사자는 무징계로 정년퇴직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무조정실은 “앞으로 책임자 62명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감사원은 “대부분이 이미 재판을 받거나 징계 처분을 받은 만큼 추가로 형사책임을 묻지는 않는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이어 재난대응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난을 개인의 불운이 아닌 공동체의 위험으로 인식하고 공적·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감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태원 참사 유족을 만나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행사 중 유족으로부터 징계 시효 내 감사 요청을 받아들인 이후 처음 시행된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용산구청 감사가 공식적으로 실시된 것도 이번이 최초다.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경찰·지자체의 재난 대응체계 전반에 문제가 실질적으로 드러난 만큼, 대응역량 보강과 실질적 책임 규명에 본격 착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향후 관련자 징계 및 재난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검토할 예정이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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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감사원#이태원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