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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망 멈춘 정부 행정 시스템”…국정자원 화재, 복구 속도·안정성 논란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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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가 정부 전산망 장애 사태를 불러온 지 한 달이 지났다. 리튬이온 배터리 연쇄 폭발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907개에 달하는 정부 행정 정보 시스템 전체를 멈춰 세웠다. 정부는 복구 작업에 800여 명의 인력을 투입, 11월 20일까지 전체 시스템의 97%를 재가동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주요 시스템이 정상화되지 못하면서 국민 불편과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는 “화재 이후 전산망 복구 및 시스템 분산·이중화 전략이 국가 IT 인프라 신뢰의 분기점”이라며, 디지털 행정 패러다임 전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4일 기준, 정부는 전체 시스템 중 복구율이 66%에 머물러 있다. 국민신문고, 정부24, 복지로 등 주요 기관 홈페이지와 대국민 서비스가 한동안 중단되면서 주민센터, 우체국 등 오프라인 방문이 급증했다. 공무원들도 전산 결재 시스템 마비로 인해 수작업에 의존하는 등 국가 행정의 효율화가 일시적으로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사태의 기술적 배경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thermal runaway)로 인한 연쇄 화재 및 전산실 연기 유입에 따른 시스템 전원 차단 조치다. 특히 배터리 이송 작업에서 충분한 방전 절차 미이행 및 불법 하도급 등 부실 관리가 지적되고 있다. 화재로 바로 재가동이 불가능한 것은 서버 및 네트워크 복잡한 연계 구조상, 전산실 내부 환경 안정화와 데이터 무결성 검증 등의 선행 절차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복구 전략은 시스템별 영향도와 연계성을 고려해 1등급 핵심 시스템부터 점진적으로 재가동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나, 직격탄을 맞은 7-1 전산실 산하 96개 시스템은 센터 내 이설, 대구센터 분산 복구 등 설계 변경이 반복됐다. 정부는 일부 시스템의 경우 현장 복구가 더 신속하다고 판단, 기존 대구센터 이전 계획을 대전센터 현장 복구로 선회했다. 아직 전체 시스템 정상화는 연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스템 연계 구조의 복잡성, 하드웨어 손상, 데이터 백업 및 보안 검증, 인력 피로 등 여러 문제가 복구 속도를 늦추고 있다. 비슷한 대형 전산망 화재 및 장애 사례는 해외에서도 있었으나, 한국 행정시스템처럼 중앙집중화된 방식은 차세대 분산·클라우드 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이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국가 주요 시스템의 이중화와 분산 복구, 상시 백업 등 비상 대비 프로토콜을 강화하고 있다.

 

정보보안 및 전산 인프라 업계에서는 “화재·지진 등 외부 위기 상황에서 국가 AI·데이터 거버넌스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재난복구(DR: Disaster Recovery) 체계 법제화와 분산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정책 차원의 투자와 산업계 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가 국가 전산망 설계 및 복구 전략, 데이터 보안, 현장 인력 관리 등 IT 인프라 전반의 구조 개편 신호탄이 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안전, 운영 효율성 간 균형이 정부 디지털 행정의 다음 과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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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관리원#행정망장애#복구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