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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납품권 보장 민항기 개발”…우주청, RSP 통해 항공제조 빅딜 시동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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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제조산업이 30년 이후를 내다보는 전기적 변곡점에 접어들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주축이 된 ‘민항기 국제공동개발(Risk Sharing Partnership: RSP)’ 전략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세계 민항기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독립적 사업자로 도약할 기회를 모색한다. 이번 구상은 RSP 구조를 도입해 개발 위험과 비용을 글로벌 주체들과 분담하는 대신, 약 20~30년 장기간 개발품목 납품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산업계는 이를 “국내 항공산업 도약의 분수령”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내 RSP 참여 논의는 6월 26일 우주청 본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항기 RSP 추진 간담회에서 가시화됐다. 이 자리에는 글로벌 민항기 제작사와 국내 항공기업들이 참여해, ‘팀 코리아’ 공동체 구성을 비롯해 정부의 정책 지원 방향, 수출 확대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실제로 글로벌 민항기 제작사는 차세대 민항기 라인업 계획을 직접 발표하며 국내 산업계가 국제적 개발 파트너로 진입할 입지를 확인했다.

RSP는 완성기 제작사(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OEM)가 비용과 개발 리스크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사업 모델이다. 국내 기업이 민항기 일괄납품 등 단순 하청을 넘어, 항공기의 주요 부품 및 시스템 공동개발자로 출발할 수 있는 구조다. 기존에는 독일, 일본, 캐나다 등의 기업이 이 체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수십 년간 안정적 수익과 첨단 기술 역량을 쌓아왔다. 이번 논의는 국내 항공산업이 단순 조립을 넘어 오랜 납품권, 글로벌 공동 설계 역량까지 확보할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업계는 RSP 구조 참여를 위해 고도화된 시스템 설계·생산 기술, 국제 인증 역량이 필수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 역량 결집체인 ‘팀 코리아’ 구성과 더불어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확대, 생산설비 구축을 위한 금융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자유토론에서도 산업계는 “기술수준 확보와 예산 조달이 우선 과제”라며, RSP 전용펀드 신설과 금융 문턱 완화를 요청했다.

 

글로벌 공동개발 참여 구도는 이미 유럽 에어버스, 미국 보잉 사례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일본은 미쓰비시와 IHI 등 주요 기업이 RSP 방식 참여를 통해 민항기 부품 및 소재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 역시 참여 기업간 역할 배분, 수익 배분의 투명성,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체계가 정립돼야 OEM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정책 신호도 분명해지고 있다. 우주청은 이날 RSP 추진을 위한 국외 사례와 국내 적용 가능성을 집중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해 향후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향후 한국형 항공산업 생태계가 본격 궤도에 오르려면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산업금융 접근성 개선, 품질 인증 등 규제제도 연계가 유기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한창헌 우주청 우주항공산업국장은 “정책 지원 전략을 마련해 국내 RSP 사업이 안정적으로 착수될 수 있도록 산업계와 밀착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RSP 구상이 실제 민항기 개발 수주로 연결돼, 장기 납품권과 기술 주도권 확보의 실마리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정책, 산업 생태계 간 균형적 연결이 향후 항공산업 성장의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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