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충돌, 민간인 피해 확산”…트럼프 강경 발언에 중동 불안 가중→전면전 우려 고조
벗겨진 밤의 어스름, 테헤란 거리에는 먼지와 잿빛 연기가 희미하게 흐른다. 붉게 타들어간 고층 아파트 앞, 굳게 다문 입술의 주민들과 재난에 맞서는 소방대원들이 부서진 창턱을 넘나든다. 이스라엘의 공중폭격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땅 위 희생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의 연쇄적 공습이 시작된 뒤, 이란 보건부는 이미 224명이 목숨을 잃었고, 1천277명이 병상에 누웠다고 목울음을 삼켰다. 피난처를 찾지 못한 이들 가운데 90%는 민간인이라 이란 당국은 목소리를 높였고, 도시 곳곳의 회교 사원과 지하철역은 임시 대피소가 돼 삶의 조각들을 수습한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 국방부와 군사시설을 향해 정밀 타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했지만, 피해의 그늘은 민간주택과 일상으로도 깊이 스며들었다.

이란은 이에 굴하지 않고 22기의 미사일을 방어망 너머로 쏘아 올리며, 고위 군 장성들의 죽음까지 감수한 채 “보복은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거센 상흔 사이, 이스라엘 하이파 북쪽의 정유소 역시 파괴됐다고 밝혀졌다. 맞불처럼, 이란 외무부는 이스라엘이 테헤란 외교부 청사를 공격해 민간 피해가 극심하다고 비판했고, 도시엔 싸늘한 공포와 분노가 뒤엉키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회담을 앞두고 “이스라엘-이란 간 합의를 원한다”면서도 “때로는 싸워야만 하는 시간”이라며 강경책을 내비쳤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의 직접 지원 개입을 부인하며, 이란이 미국을 향해 공격을 시도할 경우 전례 없는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최고지도자 암살 시도에는 선을 그었지만, 이란의 핵협정 복귀를 압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각국의 중재와 완화 요청을 거듭 거절하며, 본 이번 충돌이 이란 정권 변화를 예고한다고 주장했다.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란이 예멘 북부 후티 반군에 핵무기를 지원하려 한다고 비판했고, 이란은 핵 개발 평화 의도를 변호하며 진실의 저편에 선 듯했다. 한편,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전쟁이 끝나지 않은 채 또다른 불꽃이 중동을 뒤덮는 현실에 불안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수십 년간 맞서온 적의 굳은살 위에, 어느새 날카롭게 마주 선 전면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각국 정부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중동 전역의 불안정성이 머지않아 더 깊어질 수 있다”며 염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속에, 교전국 양측 모두 보복과 증폭을 예고하고 있어, 멀기만 했던 평화와 협상의 길은 아직도 거칠고 험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