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백 전술 구사”…김판곤, 클럽월드컵 1차전 패배→전술 긍정 평가
미국 플로리다의 뜨거운 초여름 밤, 김판곤 감독은 변화된 전술로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울산 HD는 더욱 정교해진 스리백 라인으로 그라운드를 장악하려 애썼으나, 무게감 있는 실점 앞에서는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혼신을 다한 선수들의 긍지와 조직력은 경기 이후에도 울산 팬들의 가슴에 오래 남게 했다.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F조 1차전이 18일 미국 올랜도의 인터앤코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K리그를 대표하는 울산 HD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챔피언 마멜로디 선다운스와 맞붙으며, 완성도를 높인 스리백 전술로 첫 경기에 나섰다.

수비진에는 신입 수비수 밀로시 트로야크가 중앙을 단단히 지켰다. 서명관과 김영권이 좌우에서 균형을 잡았고, 중원에서는 정우영과 보야니치가 안정적으로 공수를 연결했다. 측면 공격수 엄원상과 루빅손은 볼을 순식간에 전방으로 연결하며 매서운 침투를 선보였다.
전반전 초반엔 두 팀 모두 촘촘한 공간 압박과 빠른 전환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울산은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반 중반까지 팽팽했던 흐름은 전반 36분에 깨졌다. 마멜로디 선다운스의 이크람 레이너스가 울산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강력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김영권의 순간적인 위치 실수가 아쉽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후 울산은 무게 중심을 앞으로 끌어올리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엄원상은 빠른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루빅손도 공간을 집요하게 노렸다. 하지만 골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고, 결국 울산은 0-1의 아쉬운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경기 후 김판곤 감독은 준비해 온 스리백 전술에 대해 “기대한 승점은 얻지 못했지만, 선택한 전술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엄원상의 활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플루미넨시와 도르트문트가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는 만큼 조직적으로 더 보완해 남은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엄원상 역시 “결과는 아쉽지만, 감독님께서 원하는 공격 장면을 몇 차례 만들어나갔다”고 말했다.
이날 패배로 울산 HD는 F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조 플루미넨시와 도르트문트가 무승부를 나누면서, 울산은 남은 두 경기에서 반드시 승점이 필요한 처지에 놓였다. F조 22일 플루미넨시, 26일 도르트문트와의 맞대결이 곧 16강 진출의 운명을 가르게 될 전망이다.
묵직한 아쉬움 속에서도, 울산이 내디딘 용기와 가능성은 팬들의 시선을 다시 그라운드로 이끈다. 잠시 탄식이 지나고, 또 한 번 핀 조명 아래 새벽의 땀방울이 이야기를 준비한다.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은 6월 22일 새벽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