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생일 이벤트 장소 논란”…소속사, 무단 스티커 부착→문화유산 훼손 파문
도시의 미묘한 설렘이 깃든 아이돌 생일날, 팬들과의 추억이 쌓이던 그 순간 뜻밖의 논란이 고요한 문화유산 한복판에 드리워졌다. 한 아이돌 가수의 소속사는 멤버 생일을 기념해 서울 시내 여러 곳에 스티커를 숨기고 팬들에게 애장품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펼쳤지만, 문화유산 보호구역 내부 시설물에 무단 스티커 부착 사실이 알려지며 팬심의 무게 만큼이나 집단적 자성을 불러왔다.
이벤트가 진행된 8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해당 소속사는 멤버 생일인 2일을 전후로 서울 시내 26곳에 스티커를 붙이고 팬들이 이곳을 찾아 선물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양도성 일대 보호구역 안내 표지판을 포함해 최소 4곳 이상 시설물에 무단으로 스티커를 부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스티커 부착 장면은 SNS에 공개돼 팬들의 방문을 유도하는 용도로도 활용됐다.
상처 입은 문화유산을 바라보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세계의 도성 중에서도 압도적인 크기와 오랜 역사를 지닌 귀중한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벤트 자체도 문제지만 행사 후 뒷정리가 미흡해 스티커 흔적이 남은 채 시설물이 훼손된 점은 더욱 아쉽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에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KBS 드라마 제작팀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병산서원 건축물에 못을 박아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반복되는 훼손 사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경덕 교수는 재발 방지를 위해 시민들의 문화유산 보호 의식 개선과 함께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교육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 지난 6월,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의 이웅희 감독이 제작 과정의 문화재 훼손에 공개 사과하며, 모든 촬영본을 폐기 및 새로운 촬영 가이드라인 정비와 관계기관 조사 진행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던 만큼,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 문화유산에 대한 더 깊은 존중과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