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수사 동력 흔들리나”…조은석 특검, 한덕수·박성재 영장 잇단 기각에 제동
내란 및 외환 혐의를 놓고 검찰과 정치권이 다시 정면으로 충돌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추진하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신병확보가 연이어 좌절되면서, 계엄 수사의 향방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 전 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며 정국 파장은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끝에 15일 오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판사는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조은석 특검팀이 내란 공범 혐의로 박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려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특검팀은 앞서 비상계엄 상황에서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후 한덕수 전 총리와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한 전 총리에게는 내란 방조와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가 적용됐으나, 법원은 "중요 사실관계와 법적 평가 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지난 8월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에 한덕수 전 총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박성재 전 장관에 대해서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영장이 기각됐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이후 단순히 방조한 것을 넘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출국금지팀 대기, 구치소 수용공간 확보 지시 등 내란 행위에 실질적으로 동조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계획에는 직접 가담하지 않았으나, 계엄 선포 이후의 후속 조치를 직접 지시한 점을 '공모공동정범' 성립 근거로 들었다.
다만 법원은 박 전 장관의 주장이자 변호인단이 강조한 ‘계엄상황에서의 통상업무 수행’ 논리와, 출석조사에 꾸준히 응한 점을 고려해 구속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실제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률상 의무를 수행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특검팀이 박성재 전 장관 신병확보에 실패하면서,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마무리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검팀은 당초 박 전 장관, 이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소환조사와 신병처리를 거쳐 계엄 회의 수사를 종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 전 장관 영장 기각으로 수사 일정이 한템포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검팀은 향후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보완 수사를 거쳐, 필요할 경우 다시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영장 기각은 같은 내란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 방향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내란 공범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 "무리한 법적용"이라고 꾸준히 비판해왔다. 박성재 전 장관이 핵심 후속조치 지시자라는 특검팀 주장에도 불구하고 영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여권은 수사 정당성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명분을 얻게 됐다.
야권의 공격 수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건희 여사 일가를 둘러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논란 과정에서 특검 수사대상 공무원이 사망한 일도 ‘과도한 수사’라는 프레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의힘 등 여당은 이번 영장 기각을 바탕으로 ‘정치적 표적 수사’라는 공격 논리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조은석 특검팀의 수사 기간은 2차례 연장돼 11월 15일까지 확정돼 있다. 특검법 개정안에 따라 12월 중순까지 한 차례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야권은 조기 수사 종결과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고, 여권은 공세적 수사와 표적수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정치권의 대립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날 박성재 전 장관 영장 기각을 두고, 남은 국무회의 참석자 조사와 국회 의결방해 등 후속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특검 수사 결과가 정국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