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쾌거”…이재웅, 아시아선수권 은메달→한국 육상 새 역사
고요한 경기장에 출발 총성이 울리자, 모든 시선이 트랙 위로 쏠렸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이재웅의 눈빛에는 그동안의 고된 훈련과 간절함이 스며 있었다.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기록에 네티즌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둘째날인 28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회는 한국 육상에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이재웅이 남자 1,500m 결선에서 3분42초79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하며, 한국에 이번 대회 첫 메달을 안겼다.

이재웅은 3분42초56에 그친 일본의 이자와 가쓰토 뒤를 이어 인도의 유누스 샤와 0.24초 차로 2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남자 1,500m에서 아시아육상선수권 메달을 획득한 것은 1995년 자카르타 대회 김순형 동메달 이후 30년 만이다.
경북영동고 시절 1,500m 고등부 한국 신기록을 세운 바 있는 이재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역대 세 번째 한국 남자 1,500m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이번 은메달은 김복주, 김순형에 이어 한국 중거리 육상에 새 역사를 추가하는 성과로 남았다.
경기 후 이재웅은 “한국 기록 경신과 동메달이 목표였는데, 은메달을 따내 기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은메달이 기쁘지만, 기록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1등 선수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한 같은 날 진행된 남자 세단뛰기 결선에서 유규민이 16m82를 기록해 중국, 인도 선수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유규민은 소속팀 이적 이후 지도진과 우상혁의 격려를 언급하며 “도쿄 세계선수권 결선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밖에도 여자 1,500m 결선 박나연은 4위권 진입을 노렸으나 4분15초64로 5위에 머물렀고, 남자 해머던지기의 이윤철 역시 66m70으로 7위에 올랐다. 혼성 1,600m 계주팀은 3분22초87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5위에 도달했으나, 실격 판정 번복으로 잠시 동메달에 올랐다가 항의가 받아들여지며 기록이 재조정되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추가하며,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스스로 써내려가고 있다. 단거리 기대주 나마디 조엘진, 서민준 등도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차세대 주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남겼다.
기록 뒤에 머문 아쉬움과 환희, 그리고 앞으로를 향한 다짐이 교차한 하루였다. 한국 육상 대표팀은 29일 이어질 대회 3일차에서도 또 한 번의 도전을 준비한다. 2025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는 내달 1일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 선수들의 새로운 희망을 써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