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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하메네이 정조준…미, 이란 군사개입 경고장→중동 운명 어디로 흐르나”
국제

“트럼프, 하메네이 정조준…미, 이란 군사개입 경고장→중동 운명 어디로 흐르나”

강예은 기자
입력

워싱턴 DC의 창밖으로 폭염에 들썩이는 중동의 열기가 하얀 건물 구석구석까지 번진다. 화려하게 끝난 주요 7개국 정상회의의 여운조차 털어내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굳게 입을 다문 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테이블 위에 이란을 올려놓았다. 트루스소셜에 ‘무조건 항복’이라는 단호한 문구를 새긴 그 순간, 중동의 피로와 긴장이 다시 미국의 심장부에 일렁였다. 군사개입이라는 오래된 유령이, 또 한 번 현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직접 겨냥하며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안다”는 강경한 경고를 던졌다. ‘살해’라는 서슬픈 단어가 담긴 그의 언급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무력 충돌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한껏 부각시켰다. 백악관은 이란 핵시설의 파괴와 벙커버스터 지원, 심지어 공습 동참까지 포함한 모든 군사 옵션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NSC 회의는 1시간 20분간 이어졌고, 트럼프는 이란 상공의 ‘완전한 통제’도 자국이 행사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미 항공모함에서 이륙하는 전투기(자료사진) / 연합뉴스
미 항공모함에서 이륙하는 전투기(자료사진) / 연합뉴스

군사적 긴박감 속에 미국의 전략적 자산들이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중동을 향해 모이고 있다. F-16, F-22, F-35 등 전투기와 공중급유기들이 추가 투입되고, 항공모함 니미츠호의 베트남 기항이 취소되는 등, 곳곳에서 전장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미국은 “방어 목적”이라 주장하지만, 공격적 활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며 불안의 실체는 더욱 견고해진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저지를 명분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언급했고,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군사 개입 옵션이 화두에 올랐다. 반면, 마가(MAGA) 진영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 역시 만만치 않다. 미국 정치 지형 속에서도 자국의 해외 분쟁 개입에 대한 깊은 분열이 번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이상 ‘단순한 휴전’을 논하지 않았다. 그는 이란의 ‘핵 포기’와 ‘실질적 종식’을 요구하며, 외교적 타협보다는 확실한 결과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백악관은 최종 결정을 유보한 채, 넓고 무거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결정이 현실화되면 미국의 전통적 군사 개입 자제 원칙이 사실상 뿌리째 흔들린다. 중동의 바람결은, 이란의 선택에 따라 더욱 복잡하게 요동칠 전망이다. 이란이 유화책을 들면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정치적 승리가 주어질 수 있지만, 만약 저항을 선택한다면 격랑은 깊어지고, 중동을 뒤흔드는 더 긴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중국 등 역외 강대국을 견제하는 미국 외교의 흐름에도 중대한 변수로 남는다.

 

국제사회는 깊은 우려와 조심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시금 운명 앞에 선 중동. 밤은 길고, 역사의 무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백악관을 감싸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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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란#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