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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 낙관 어려워”…위성락, 한미 협상 전망·비핵화 구상 방어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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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를 둘러싼 한미 간 외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9월 30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성사 가능성에 신중론을 제기해 정치권과 외교 당국이 격랑에 휩싸였다. 위 실장은 “한국이 요청한 통화스와프를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과거 협상 전례를 감안할 때, 빠른 타결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위성락 실장은 협상 전망에 대해 “지금까지 어려운 협상을 끌어온 경험상 전체적인 협상은 크게 비관적이지는 않다”며, “맨 처음이 어려웠고, 이후로는 잘 끌고 오다가 다시 약간 헤매는 국면에 왔는데, 다시 궤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상은 우리 정부 입장에선 금융 안전판 확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이나, 실현까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위 실장 또한 “통화스와프만 체결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용범 정책실장도 통화스와프는 ‘필요 조건’이라고 발언한 바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한미 간 안보 패키지 협상에 대해선 “국방비 증액부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 확보’를 위한 원자력 협정까지 양국이 균형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 등 무역협상과는 별도로 방위안보 협력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치권과 외교가에서 논란이 된 ‘END 이니셔티브’에 대해선 “세 요소인 교류, 관계정상화, 비핵화를 각각 우선순위 없이 병행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국·영·수 과목을 모두 공부한다고 해서 특정 과목만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비유하며, “‘비핵화는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관계정상화’ 개념에 대해 위 실장은 “남북은 기본적으로 특수관계이며, 평화협정을 거치지 않고도 관계정상화를 이룬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제시한 남북 ‘두 국가’론과는 견해가 달랐던 셈이다. 위 실장은 “‘특수관계’라는 개념에서 손을 떼면 북한 문제에서 우리의 입지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정권 내 인사들 간 관점 차이에 대해서는 “저는 동맹파나 자주파로 불리지만, 협상에선 국익이 최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핵화 실현 방식에 있어서 위성락 실장은 “‘동결’보다 ‘중단’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비핵화 의지가 오히려 더 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결은 일단 멈춰두자는 식이라 선호되지 않는다”며, “‘중단’은 출발점인 동시에 되돌림, 폐기까지 포괄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최근 대통령이 “북한이 체제 유지에 필요한 핵무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 “북핵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북한 핵을 인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경각심을 환기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무역·안보 협상, 대북 관계를 둘러싼 입장 차이는 정국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양국 협상에서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하며, 비핵화·남북관계 정상화 구상 추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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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통화스와프#비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