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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회피 인슐린 세포 이식”…사나바이오, 1형 당뇨병 치료법 전기
IT/바이오

“면역회피 인슐린 세포 이식”…사나바이오, 1형 당뇨병 치료법 전기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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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으로 면역계의 공격을 피하는 인슐린 생성 세포가 1형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나바이오테크놀로지와 웁살라대학교 등 글로벌 연구진이 최근 환자 체내에 면역회피 유전자 편집 베타세포를 이식, 3개월 이상 생존과 기능이 유지되는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이식 요법의 한계였던 평생 면역억제제 복용 없이도 인슐린 세포가 안정적으로 체내 생존한 첫 인체 임상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근본 치료’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사나바이오테크놀로지와 웁살라대학교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1형 당뇨병 환자에게 표적 유전자 조작이 이뤄진 인슐린 분비 세포(베타세포) 약 8000만개를 주입하는 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이 베타세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HLA 단백질을 제거하고, 세포 표면의 CD47 단백질을 과발현해 면역 세포의 공격 신호를 회피하도록 설계됐다. 환자는 1987년부터 당뇨병을 앓아온 40대 성인으로, 이식 3개월 후 정밀 영상 촬영과 혈중 표지자 분석을 통해 해당 세포의 생존과 인슐린 생산 능력이 직접 확인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이식 치료가 평생 면역억제제 복용에 의존했던 한계를 일정 부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식된 세포는 실험용량의 약 7%에 불과했음에도 생착 효과와 면역 탈피 상태를 동시에 확보했다. 2형 당뇨병(성인형)과 달리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췌장 인슐린 분비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기에 평생 주사 치료 외 대안이 없었다. 기존 췌장 이식도 생존률, 부작용, 면역 조절 이슈로 실효성이 낮았다.

 

연구팀은 쥐·원숭이 등 동물모델 실험에서의 성공 후 인체 임상에 진입, CRISPR 기반 다중 유전자 편집과 CD47 신호 강화 방식을 통해 현존 최고 수준의 면역회피 특성을 구현했다. 유전자 변형이 없는 베타세포는 즉시 공격을 받았으나, CD47 과발현 세포는 체내에서 항체 형성이나 T세포 반응 없이 정상 기능을 이어갔다. 주입 부작용 또한 피부 감각 둔화 등 경미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줄기세포 유래 인슐린 세포, 면역회피 유전자 편집 등 다양한 방법을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다. 실제로 2023년 버텍스파마슈티컬스는 줄기세포 기반 이식 임상에서 환자 대다수가 인슐린 주사 없이 혈당 조절에 성공했다고 밝혔으나, 면역억제제 사용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 베이징대 등도 환자 본인 유래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 이식 후 1년 이상 인슐린 분비가 지속된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유전자 조작 치료제와 세포이식 분야는 윤리·안전성·장기 추적 등 복합적 규제 대상이다. 사나바이오테크놀로지와 웁살라대학교 연구진은 EU 규정에 따라 이 환자를 15년간 추적 관찰할 계획이며, 후속 임상 확대·효과 검증이 과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향후 줄기세포 대량 배양, 다양한 환자군·장기 관찰 데이터 확보가 치료법 상용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환자가 면역억제제 없이 베타세포 이식을 받은 것은 당뇨 치료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는 연구진의 분석처럼, 산업계는 면역회피 유전자 조작 세포의 인체 적용이 시장을 넘어 실제 치료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안전성, 규제의 균형 확보가 차세대 정밀 바이오 치료 생태계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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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바이오테크놀로지#웁살라대학교#1형당뇨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