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최초 흑인 심판 별세”…유라이어 레니, 28년 전 새역사→65세 생 마감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으며 그라운드에 나섰던 유라이어 레니의 용기는 축구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했던 심판의 권위, 그리고 28년 전 기록한 ‘EPL 사상 첫 흑인 주심’이라는 역사는 세월이 흘러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지금도 프리미어리그의 다양성과 희망을 말할 때 레니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초의 흑인 심판 유라이어 레니가 65세로 생을 마감했다. 9일, 영국 셰필드 & 할람셔카운티 축구협회가 공식 SNS를 통해 그의 별세 소식을 알렸다. 협회는 “레니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EPL에서 300경기 넘게 주심을 맡았다”며 “장벽을 허물고 미래 세대에 영감을 준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영국 셰필드로 이주한 레니는 20세에 지역 리그 심판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7년 더비 카운티와 윔블던의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첫 흑인 주심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비록 데뷔전이 조명 문제로 중단됐지만, 레니가 그라운드에 선 순간 영국 축구는 또 한번의 이정표를 세웠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FIFA 국제심판 자격으로 세계 무대도 누볐고, 2008년 은퇴 전까지 11년간 EPL의 다양한 경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에도 레니의 뒤를 잇는 흑인 심판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EPL에서 두 번째 흑인 심판인 샘 앨리슨이 등장하기까지는 15년이 걸렸고, 팬들은 그만큼 레니의 존재감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축구장 밖에서도 레니는 평등과 포용, 정신 건강 캠페인 등 사회적 의미를 남겼다. 그는 셰필드의 치안판사로도 봉사했고, 학업과 봉사에서 빛나는 길을 걸었다. 2023년 셰필드 할람대학교 명예박사와 총장에 오르며 지역사회의 자랑이 되기도 했다.
팬들과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그리고 각계 인사들은 “레니는 시대를 앞선 선구자”, “축구계에 새로운 장을 연 인물”이라며 애도의 마음을 쏟았다. 잉글랜드 축구계 전체가 또 다시 다양성과 포용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 레니의 업적은 오랜 세월 희망과 용기의 기념비로 남을 전망이다.
어둠을 딛고 처음 그라운드에 들어선 레니의 뒷모습은, 오늘날에도 축구장의 벽 너머 희망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용한 질문을 남긴다. 프리미어리그에 남은 한 줄기 빛, 그 여운은 오랫동안 팬들과 역사 속에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