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혈액형 유전자 다름 규명”…삼성서울병원, 수혈 기준 한계→시스템 혁신 과제로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연구진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인구의 혈액형 유전적 특성을 심층 분석한 결과, 세계 표준으로 통용되던 서구 중심의 수혈 시스템이 동아시아에서 한계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인의 혈액형 분포와 항원항체 특성, 그리고 드물게 발견되는 혈액형에서 비롯되는 진단 오류와 수혈 부작용 가능성이 실증적으로 드러나며, ‘맞춤형 수혈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무게를 더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는 AB형 비율이 5~12%로 서유럽(3~8%)보다 높았고, 수혈에서 중요한 RhD 음성 빈도가 0.1~1%로 유럽(11~19%)에 비해 극히 낮았다. 즉 서구에서 통용되는 ‘O형 RhD 음성’ 유니버설 적혈구 활용이 현지에서는 공급 부족 등 실질적 제약에 부딪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O형 RhD 양성 혈액의 예외적 사용이 불가피한 한국의 현실에서, 용혈성 부작용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검사 장비의 한계도 노정됐다. 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흔한 cis-AB형은 서구 기기에서 AB형으로 오진될 수 있고, 인종적 특수 혈액형인 아시안-타입 델(Asian-type DEL)은 기존 검사로 포착되지 않는다. RHD 유전자 검사가 결여될 경우, RhD 음성 환자에게 임상적 위험이 따르는 수혈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실제 Mia, Dia 항원의 항체는 동아시아에서 더 빈번하지만, 대다수 서구 검사 키트에서 검출이 어렵다.

이에 임하진 전남대병원 교수는 “동아시아인 특성에 기반한 혈액형 유전자 검사와 희귀 혈액형 대응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며 “정밀한 수혈자-헌혈자 매칭을 위한 국가지원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덕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국제화 시대, 수혈학에서도 인종별 다양성을 반영한 맞춤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본 연구는 ‘트랜스퓨전(Transfusion)’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