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와의 결제 95% 비달러화”…러시아, 금융 질서 다극화 신호탄
현지 시각 20일, 러시아(Russia)가 중국(China)과 인도(India)와의 무역 결제의 90~95%를 자국 통화로 전환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기존 미국 달러(USD) 중심의 거래 관행이 급변하면서, 글로벌 금융 질서가 다극 체제로 재편될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서방의 금융 제재를 맞은 러시아가 시장 수요에 따라 빠르게 ‘비달러화’를 가속한 결과로, 아시아 주요국과 협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Alexander Novak) 러시아 부총리는 20일 솔로비요프 라이브 방송에서 “중국, 인도와의 무역 결제 중 90~95%가 이미 루블, 위안, 루피 등 자국 통화로 이뤄진다”며 “달러 결제가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시장이 스스로 대안을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앞으로도 달러 의존 대신 루블화를 비롯해 협력 상대국 통화를 활용해 석유, 가스, 원자재 수출을 유지할 계획이다.

일련의 전략은 서방 금융제재로 인한 달러 결제망 축소, 러시아 에너지 수출 보호 등 자구책의 성격이 짙다. 실제로 러시아의 원유·천연가스 거래가 달러에서 벗어나면서, 에너지 대금 결제의 축이 아시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 주요 경제권과의 교역이 더욱 밀착되고, 러시아는 결제망 차단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BRICS, 아세안(ASEAN),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신흥 경제권 블록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제재 위험과 달러 인플레이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자국 통화 결제, 대체 결제 시스템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이런 움직임은 달러 패권 약화와 동시에, 국제 금융 시장의 다극화에 속도를 내는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각국 반응과 함께 주요 매체들도 국제금융 구조 변화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의 비달러화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 재조정 신호”라며, 지역 결제권의 부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BBC와 CNN도 “비달러 실험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무역과 투자 흐름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신흥 거래 통화의 변동성과 무역 효율 저하 우려를 거론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등 신흥국의 금융 자주권 확대와 새로운 결제 인프라 구축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달러의 국제적 위상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며, 달러와 신흥 통화의 ‘병존 체제’가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일련의 비달러화 움직임은 미국(USA) 중심 금융질서에 구조적 도전이자, 세계 경제의 균형추가 아시아로 이동 중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앞으로 러시아식 결제 모델이 에너지·금융·투자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국제 통화질서의 다원화가 현실화될지 국제사회는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