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日 2공장 착공 연기…日 반도체 공급망 불확실성 증폭→글로벌 투자 흐름 어디로”

바람이 잦아든 초여름 일본 구마모토현, 반도체 산업의 숨결 위로 잔잔하지 않은 파장이 번진다.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구마모토 제2공장 건설 시점을 연내로 늦추며, 시간의 흐름과 산업의 맥박마저 잠시 멈춘 듯 구마모토 평야는 다시 긴장에 휩싸였다.

TSMC는 당초 3월 이전 이 지역에 두 번째 공장을 착공하려 했으나, 교통 문제를 공식 이유로 삼아 결정적 연기를 택했다. 웨이저자 회장 겸 CEO는 주주총회 직후 취재진에 “공장 주변의 교통 혼잡이 돌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 구마모토현 의회와 전문가들은 단순 교통 문제가 아닌 세계 반도체 수요 둔화, 글로벌 투자 우선순위 변화, 그리고 고물가 등 복합적인 현실을 직면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구마모토현 산업진흥 고문 이마무라 도루는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며, 반도체 업계 전반이 향후 수요 예측에 한층 신중해졌다고 전한다. 그는 “TSMC가 신규 공장 가동 시점을 여러 번 되짚으며, 수요와 투자 간 균형점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내 여러 반도체 기업 역시 투자·사업 일정을 잇달아 재검토 중이다.

이 모든 조율은 단지 일본 내 사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TSMC는 이미 미국과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거대 생산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사나이 아쓰시 와세다대 교수는 “TSMC는 언제나 수익성과 미래 전망을 예의주시해 사업을 조정해 왔으며, 구마모토 제2공장 역시 자동차 산업 호황에 대한 신중한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짚는다.

이번 착공 연기는 일본 반도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직면케 했고, 그 불안은 곧장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와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파문을 던졌다. 업계는 투자 셈법의 변주를 주시하며, 자동차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요 흐름의 변화를 숙의한다. 국가별 이해관계와 공급망의 복잡한 실타래 위에서, 구마모토의 미완의 공장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제 반도체 질서를 흔들고 있다.

연기된 착공이라는 짧은 소식은, 침묵 속 거대한 물결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불안과 기대를 증폭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