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스피드 채권단 전격 합의”…46억 달러 감축 돌파구→미국 반도체 업계 운명은
미국 동부의 햇살이 이른 여름 오후를 비출 때, 반도체 산업의 중추를 지탱해 온 한 기업이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1987년 창립 이래, 실리콘 카바이드 기술로 미래를 개척해온 ‘울프스피드’가 끝내 구조조정 채권단과 손을 맞잡고, 극적인 재정 쇄신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채무 46억 달러를 감축하고 2억7천500만 달러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초유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구조조정은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려는 시도의 결실로, 미국 정치·경제 지형이 변동성이 짙어진 가운데, 파산법원 보호 아래 새로운 질서의 틀을 짜고자 한다. 지난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으로 7억5천만 달러의 보조금 희망이 움텄으나, 가혹한 무역정책 변화와 예측을 깨뜨린 수요 급감이 겹쳐 재정 구심은 크게 흔들렸다.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시장의 심장이었지만, 이 시장조차 지난 몇 년간 성장의 속도 전환을 겪었다.

울프스피드는 2023년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주도한 12억5천만 달러 금융 투입으로 한때 활력을 찾는 듯했으나, 시장의 냉혹한 기류는 돈줄을 단숨에 바짝 조여왔다. 올해 3월 기준 65억 달러에 이르는 채무 아래, 5월 들어 파산 우려가 봉기했고, 위기감은 업계 전체로 퍼져 나갔다.
회사와 채권단은 ‘사전 합의’ 형태의 파산(Prepackaged Bankruptcy)로 조정의 시간을 최소화할 전망이다. 이번 합의로 글로벌 사모펀드, 금융기관 등 연이은 투자자를 하나로 묶어냈다. 채무 70% 경감은 구조조정의 심장이며, 잃어버린 신용을 되찾을 유일한 실마리가 됐다. 잔고 13억3천만 달러 위에서 영업은 지속될 예정이지만, 완전한 정상화는 채권단 투표와 법원의 최종 승인에 달려 있다.
미국 기술 산업계와 각국 투자자들은 이번 구조조정의 성패에 숨을 고르고 있다. 울프스피드와 연결된 반도체 소재 공급망 전체, 전기차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더욱 깊어지는 순간이다. 채권단 합의로 3분기 회생이 이루어진다면, 악순환에 휩쓸린 동종 업계 기업들에게도 한줄기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와 투자 심리 악화라는 냉랭한 현실은, 울프스피드가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로 남아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극적인 전환기에 놓인 증표이자, 한편으로는 글로벌 기술 경쟁이 예기치 못한 경로를 밟아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업계와 투자자 모두, 3분기 말 그 종착점에 다시 한 번 시선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