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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영동”…자연 속 여유에 빠지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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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영동”…자연 속 여유에 빠지는 여행자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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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어느새 ‘머무름’이 그리워졌다. 영동에 내리는 비와 흐린 하늘 아래, 풍경을 따라 조용히 걷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맑은 날만을 찾아 나섰지만, 지금은 물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오후, 자연이 들려주는 느린 리듬에 스스로를 맡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충청북도 영동군. 소백산맥 줄기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이 땅은 사계절 내내 맑은 공기와 풍부한 산자락의 정취로 매력적이지만, 유난히 흐린 날의 고요함이 각별하다. 12일 영동군엔 최고 26도, 최저 18도의 선선함이 감돈다. 북풍이 살짝 스미고, 거센 소나기에 귀 기울이면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다.  

이런 분위기를 찾는 이들에겐 민주지산자연휴양림이 사랑받는다. 해발 1,200미터 능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숲 내음이 더 짙다. 부부, 친구, 아이와 함께 ‘고요한 감각’을 나누는 이들이 늘 나는 이유다. 산책로 곳곳에선 “바쁜 도심을 떠나 비에 젖은 숲길을 걸으니, 평소와 다른 속도로 숨 쉬게 된다”고 소박하게 고백하는 여행자가 있었다.  

옥계폭포도 이런 날이면 특별한 활기를 띤다. 높이 쏟아지는 물줄기, 초록빛 숲이 만든 차분한 기운. 긴 파라솔 대신 우산을 들고, 사진이 아니라 구름과 냄새와 소리를 기억하는 나날이다. 현장을 찾은 30대 여행자는 “폭포 소리에 묻혀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라 한다.”  

영동 특산물인 호두알이 가지에 달리는 늦여름, 농촌 풍경은 소박하면서도 정겹다. 추풍령사슴관광농원에선 사슴을 가까이 만나고,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길을 끈다. “비 오는 날 농원 산책이라니, 아이들도 신기해한다”며 “흙냄새와 빗소리에 오히려 더 편안하다”는 체험담이 SNS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여행 칼럼니스트들은 “날씨가 대신 주는 정서의 결, 즉 잔잔하고 고즈넉한 순간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됐다”고 분석한다. 붐비지 않는 소도시와 숲, 폭포로 향하는 흐름은 치유와 리셋의 욕구가 실은 작지만 강한 여행의 새로운 목적이 됐다는 귀띔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의 영동이 더 아름답다”, “비 내리는 농원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이 오래 기억난다”는 고백, “이젠 여행이란 목적지보다 풍경과 내 기분에 따라가는 것”이란 감상들이 이어진다.  

작고 사소해 보여도, 비오는 날의 영동을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익숙한 일상에 새로운 리듬을 더하고 있다. 어쩌면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영동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영동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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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민주지산자연휴양림#옥계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