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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 뇌 노폐물 배출 저하로 치매 유발”…장기추적 결과 나왔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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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치매의 중요한 유발 인자로 지목되는 가운데, 뇌의 노폐물 배출 시스템 저하가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정확한 생리 경로가 국내외 연구진에 의해 명확히 규명됐다. 분당서울대병원과 고려대 의대, 하버드의대 공동 연구팀은 수면무호흡 환자에서 뇌 안의 노폐물 청소체계인 아교림프계(glymphatic system) 기능이 떨어지면 시각 기억 등 주요 인지가 뚜렷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4년 이상 장기 추적 관찰을 통해 최초로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임상 연구는 치매 대비 인지기능 저하 위험자 조기 개입 필요성과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국내외 의료계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연구진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oGES)에 참여한 성인 1110명을 대상으로 평균 4.2년간 수면무호흡증이 아교림프계에 주는 영향을 자기공명영상(MRI)과 인지검사(DTI-ALPS 및 시각 기억력 테스트)로 지속 추적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밤 동안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면서 산소포화도 저하, 각성 증가 등 수면 질에 직접적 악영향을 준다. 그러나 일반적 산소 부족 이상으로, 뇌 노폐물 청소기능 저하가 치매성 퇴행 변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뇌 실시간 영상지표로 입체적으로 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RI 기반 분석 결과, 수면무호흡 환자군은 아교림프계 활성도가 유의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활성 저하는 곧 시각적 기억·인지 점수 하락과 직결됐다. 이 과정은 수면무호흡증이 인지저하로 직접 작용한다는 통념을 넘어, ‘아교림프계 저하→인지감퇴’의 중간 경로가 결정적임을 보인다. 특히 양압기 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수면무호흡 치료도가 높아지면 노폐물 배출 및 기억력이 일부 회복되는 추세도 새롭게 확인됐다.

 

수면 중 대뇌 내 노폐물을 효율적으로 청소하는 아교림프계는 최근 알츠하이머병 주요 발병 기전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잠드는 시간에 활발하게 작동하며, 베타아밀로이드 등 독성물질 축적을 방지하는 핵심 체계다. 해외에서는 이미 아교림프계 활성 이상이 만성 신경질환 유발에 직접 연결된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유럽 의료계도 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치매 등 퇴행성질환 이환률이 높다는 점에 집중, 양압기 등 맞춤형 중재의 치료 가치를 재평가 중이다. 이번 연구는 임상 영상지표로 실질 경로를 확인함으로써 향후 진단 체계와 치료 가이드라인 개선에 기초 자료가 될 전망이다.

 

윤창호 교수는 “수면의 질이 뇌 건강에 미치는 직접적 경로를 국내 유전체·이미지 데이터를 활용, 장기간 검증했다”며 “수면무호흡증 초기 단계부터 적극 치료해 치매 등 인지장애를 예방하는 것이 향후 표준의학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발견을 바탕으로 의료영상·AI 진단 분야 협력, 새로운 수면의료기기 시장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표준화 제도 간 균형이 미래 뇌건강 사업의 성장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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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수면무호흡증#아교림프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