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바다, 이국적 정원”…거제도에서 찾는 느린 여행의 온기
여름이 끝나갈 무렵, 소란한 도시를 잠시 벗어나 거제도로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멀고 크기만 한 섬’으로 생각됐다면, 지금은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여행지로 새롭게 일상을 채워간다. 사소한 여행지 선택에도 저마다의 이유가 담겨 있듯, 거제도의 시간은 한결 느긋하고 다채롭다.
요즘 SNS에서는 ‘바람의 언덕 풍차 인증샷’과 ‘외도 보타니아 산책’이 여행자들의 잇따른 기록으로 물들고 있다. 실제로 외도 보타니아는 단순한 식물원을 넘어, 한 기업인의 긴 시간과 애정이 씨줄처럼 누벼진 또 하나의 작은 세계다. 유람선을 타고 외도로 향하는 길, 해금강의 수직 절벽과 기암괴석을 바라보는 순간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임을 자연스럽게 실감한다.

이런 변화는 관광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상남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거제도를 방문한 관광객 수가 꾸준히 증가세다. 가족 단위 방문객뿐 아니라, 자연 속 힐링과 역사 체험을 원하는 20~30대 젊은 층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는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아이들과 교육적 의미를 나누는 가족이 많아졌다. 트렌드 분석가 김정현씨는 “거제도 여행의 본질은 ‘단순한 휴양’을 넘어, 기억에 남는 경험과 새로운 감각의 재발견에 있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몽돌해수욕장에서 들리는 자갈 소리에 마음까지 맑아진다”, “외도 산책로에서 받는 햇살이 아직도 선명하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섬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느냐’며 감탄하거나, “아이와 함께 역사 현장을 거닐며 새로운 대화를 나눴다”는 체험기도 속속 등장한다.
지금의 거제도는 누군가에겐 바람에 흔들리는 언덕의 여운이고, 또 누군가에겐 어린 시절의 바다가 품은 추억이다.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외도 보타니아와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마주치는 사람의 이야기, 학동 몽돌해수욕장에서 듣는 파도 소리까지. 그곳에서는 일상이 잠시 조용해지고, 속도를 늦춘 마음이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결국 여행은 멀리 떠나는 행위이자 가까운 일상의 발견이다. 거제도에서의 하루는 작은 쉼표가 돼, 우리 모두의 삶에 특별한 온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