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계단 점프”…고지원, 퍼팅 하나로 달라진 세계→KLPGA 대약진 시작
퍼팅 소리에 숨죽인다. 마지막 홀 고지원은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한 가운데 심호흡을 가다듬고 볼을 밀어넣었다. 볼이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그의 손끝에서 KLPGA의 새 역사가 시작됐다. 갤러리의 환호와 함께 고지원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장면은 그동안의 도전과 눈물, 그리고 인내 끝에 마침내 완성된 순간이었다.
고지원이 거둔 첫 KLPGA 우승의 여운은 곧바로 숫자로 이어졌다. 12일 발표된 여자 골프 주간 세계랭킹에서, 고지원은 무려 107계단 상승한 146위를 기록했다. 1주 전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253위까지 올랐던 순위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의 감격적인 우승으로 다시 한 번 급등했다. 최근 2개 대회에서 단숨에 215계단을 끌어올리는 신기록 행진을 써냈다.

이번 우승으로 고지원은 2027년까지 KLPGA 투어 풀시드를 확보했다. 드림투어와 정규투어를 병행하며 기회를 모색해온 젊은 골퍼에게 첫 우승은 투어 라이프의 새로운 출발선이 됐다. 무엇보다 최종라운드에서 노승희의 끈질긴 추격을 2타 차로 따돌린 집중력이 돋보였다.
우승 경쟁을 펼쳤던 노승희 역시 이번 대회 2위로 8계단 상승, 53위에 안착했다.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린 윤이나도 기존 43위를 굳건히 지켰다. LPGA 투어가 휴식기에 들어서면서 세계 상위권 순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지노 티띠꾼, 넬리 코르다, 리디아 고가 각각 1~3위를 유지했으며, 한국 선수 중에선 김효주와 유해란이 각각 8위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KLPGA에서 고지원이 기록한 대약진은 팬들과 관계자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공존했던 코스 위에서, 한 번의 퍼팅으로 일궈낸 전환점은 선수 자신의 서사와 골프계의 시선을 모두 바꿨다. 다음 대회에서 이어질 고지원의 행보에 더욱 큰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