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트코인, 10만9천 달러 ‘재돌파’…트럼프 EU 관세 연기로 위험 투자심리 반등→금·글로벌 증시 흐름도 전환 기대”

김다영 기자
입력

세계의 눈길이 다시금 암호화폐 시장의 격랑 속으로 쏠리고 있다. 2025년 5월, 미묘하게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금융의 결합이 고요했던 시장을 흔드는 한가운데, 비트코인은 또다시 기념비적인 반등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미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양대 경제권,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조성된 긴장마저 무디게 만드는 새로운 조짐이, 금융과 정치를 아우르는 거대한 시계추를 다시 흔들어 놓았다.

 

이번 반등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이 자리한다. 그는 6월 1일로 예정되었던 EU에 대한 50% 관세 부과를 7월 9일까지 유예하겠다고, 트루스소셜(Truth Social) 플랫폼에서 공식 발표했다. 관세 시행이 단행될 때면 전 세계를 숨 막히게 했던 북소리 같았으나, 이번 유예 결정은 돌연 긴장의 실타래를 느슨하게 풀어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의 연장 요청에 "이를 수락하는 것은 나의 특권"이라 답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미국-유럽 무역협상의 판을 새롭게 짠 셈이 됐다.

비트코인, 10만9천 달러 회복…트럼프의 EU 관세 유예가 시장 심리 개선
비트코인, 10만9천 달러 회복…트럼프의 EU 관세 유예가 시장 심리 개선

비트코인은 이런 정치적 역전극의 흐름 속에서 금세 반응했다. 1.4% 상승한 10만9천637달러에 거래되며, 불과 몇 일 전 11만1천814달러라는 사상 최고치와 10만7천500달러까지 조정을 오간 후, 다시 위험 선호 랠리를 이어갔다. 불확실성이 완화된 공간을 틈타 파생상품 투자 심리도 들썩였다. 코인글래스(Coinglass) 데이터는 24시간 미결제약정이 2.59% 늘어난 7천6백66억 달러에 이른다고 전했으며, 같은 기간 거래량 역시 8천9백91억 달러로 10.85% 증가했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트레이더들은 새로운 국면을 예감하며 시장에 재진입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이 신호에 호응했다. S&P500 선물은 0.9%, 다우지수 선물 0.8%, 나스닥100 선물은 1%가량 상승하는 등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확연히 살아났다. 반면, 변동성의 회피처였던 금값은 0.3% 하락한 온스당 3천346.59달러를 기록하며, 불안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비트코인의 반등은 단순한 통화 가치의 변화가 아닌, 세계 정치와 금융이 서로 얽혀 빚어내는 복합무대의 상징이 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정책 전환은 여전히 시장의 긴장감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남은 시간 동안 협상은 다시금 뒤집힐 수도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새 불확실성이 또 다른 파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 미국-EU 간의 협상 시한까지 약 한 달여 남은 가운데 세계 금융시장은 앞으로도 무수한 맥동과 교차의 순간들을 지켜보아야 한다.

 

비트코인의 성장은 위험과 기회의 벼랑 끝에 선 투자자, 그리고 세계경제를 조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 시대의 격동을 가장 예민하게 포착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김다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비트코인#트럼프#유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