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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품은 가을”…구례 들판에서 느끼는 쾌청한 여유와 평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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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품은 가을”…구례 들판에서 느끼는 쾌청한 여유와 평온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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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엔 멀고 낯선 곳이었지만, 지금은 느긋한 계절 산책이 일상이 된 이들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

 

지리산의 웅장함과 섬진강의 잔잔함이 어우러진 구례군. 9월의 하늘은 유난히 높고 맑다. 이날은 기온이 31도까지 오르고 습도는 61%, 남동풍이 적당히 불어주는 완연한 가을 날씨. 걷기 좋은 길을 따라 느린 숨을 들이킬 때, 문득 이런 풍경이 나를 위로한다는 생각이 스며든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구례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구례

그중에서도 화엄사는 가을을 맞아 한층 고즈넉한 기운을 더한다. 지리산 자락을 따라 오르다 보면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사찰 경내, 그리고 조금씩 붉어지는 단풍이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도시의 번잡함, 머릿속 쉴 새 없이 지나가는 걱정과 바쁜 발걸음을 잠시 내려놓고, 산사의 흐트러지지 않은 평온을 마주한 이들은 “여기선 마음에 고요가 깃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숲과 식물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느끼고 싶다면 광의면 천개의향나무숲이 제격이다. 천변길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엔 각양각색의 향나무와 이국적인 수목이 조화롭게 자리한다. 이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은 “한발, 한발 숲속을 걸으며 계절을 오롯이 느낀다”고 경험을 전한다. 숲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며, 그날의 빛과 바람을 가슴에 담는 일.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답답함이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섬진강 대나무숲길에서는 또 다른 평온이 기다린다. 대나무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손끝에 닿는 차고 맑은 공기, 바람에 일렁이는 댓잎과 강물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다. 현장에서 만난 여행자는 “인적 드문 강가를 따라 걷다 보면, 세상과 잠시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여행 트렌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힐링 여행’이나 ‘조용한 쉼’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고, SNS에서도 단풍 명소, 산책 숲길, 한적한 시골 마을 등 자연을 찾는 인증샷이 계속해 공유된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여행의 본질은 이제 새로운 것을 보는 것에서, 나를 돌보고 위로받는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구례처럼 멀지 않은 곳,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자연 속에서 리셋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해석한다.

 

누구나 바쁜 하루 끝에서 조용한 쉼을 꿈꾼다. “긴 산책 끝에 마시는 시원한 바람,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짙어지는 산빛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한다”는 누리꾼의 반응처럼,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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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화엄사#섬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