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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역풍 우려”…대법원, 더불어민주당 법왜곡죄 법안에 ‘사법부 독립 침해’ 경고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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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의 큰 줄기였던 '법 왜곡죄' 도입을 놓고 대법원과 국회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과제로 법 왜곡죄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법원은 “사법부 장악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이례적으로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29일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검토 의견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중점 추진 중인 ‘법 왜곡죄’ 형법 개정안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 왜곡죄는 판사·검사가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해석했을 때 형사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재판소원제 도입 등과 함께 7대 사법개혁 의제의 하나로 추진해왔다.

대법원은 “법 왜곡죄는 연혁적으로 신권과 왕권 수호의 도구로 악용돼 왔다”며 “독일, 러시아 등 과거에도 독재정권하에서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도 법관의 소신 있는 판결이 범죄로 몰릴 수 있다”며 “사법부의 독립적 재판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헌법은 법관이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심급제가 다양한 법률 해석을 존중하고, 하급심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결국 오류는 상급심에서 수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법관의 단순 과오나 소수 해석도 수사 또는 처벌 대상이 될 소지가 있는 점, 더불어 “지나친 위축과 전향적 판결, 소수자 인권 보호 등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대법원은 “법 왜곡의 의미도 불명확해 처벌 대상을 예측할 수 없다”며, 검사 등 수사기관 역시 마찬가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사법부의 책임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차원임을 내세우고 있으나, 대법원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독립성과 사법권 위축을 경계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반면, 여야는 각각 “적폐청산”과 “정치 보복” 논리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향후 법 왜곡죄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과 이에 따른 사법제도 영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해당 법안의 심사와 논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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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법왜곡죄#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