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도피 의혹, 대통령실 논의 확인 중”…김대기 첫 특검 출석, 임성근 구속 뒤 조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을 놓고, 대통령실 책임론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됐다. 27일 이명현 해병대 순직특별검사팀 소환에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처음 출석하면서, 정국은 또 한 번 파장에 빠졌다. 한편, 채상병 순직 사건 당시 책임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역시 구속 이후 첫 조사를 받는 등 주변 인물 전반에 칼날이 향했다.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9시 6분, 김대기 전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취재진은 “피의자 신분인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 “어떤 부분을 소명할 계획인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특검에 가서 밝히겠다”고 짧게 답했다. 특별검사팀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외교부, 법무부 등의 이종섭 전 장관 도피 연루 의혹과 관련해 정확한 내부 논의, 대통령실 의중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김대기 전 비서실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비서실을 총괄했다.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내정되고 임명된 2023년 말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내 논의가 있었는지, 임명 경위 및 대통령실 결심 과정이 조사의 초점이다. 채상병 사망 당시 국방부 수장이었던 이종섭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 임명을 받은 뒤 출국금지가 풀리자 이틀 만에 해외로 떠났고, 여론 악화 속 11일 만에 귀국해 한 달을 못 채우고 사임했다.
이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도 업무상 과실치사, 군형법상 명령 위반 등 혐의로 첫 특검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 24일 구속된 이후 처음 출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오전 9시 24분 조사를 위해 출석했지만, “채상병 순직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은 여전한지”, “경찰 조사 당시 부하들 진술은 어떻게 알았는지” 등 취재진 질의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상급 부대장으로, 부대원 안전 관리 의무 위반과 함께 작전통제 권한을 벗어난 직접 지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박석일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부장검사도 처음으로 특검에 피의자로 출석했다. 그는 “고발건을 왜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았느냐”, “오동운 공수처장이 통보하지 말라고 지시했느냐” 등 질문에 “수사 상황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 저는 열심히 했다”고만 밝혔다. 박 전 부장검사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가 위증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배당받은 후 대검에 통보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법상 소속 검사 범죄 혐의를 대검에 즉시 통보해야 하지만, 특검팀은 지난 8월 공수처 압수수색에서 이런 위법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
특검팀은 오동운 공수처장, 이재승 차장까지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 관련 진술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재승 차장에 대한 조사는 28일 오전 9시 30분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대통령실 책임 및 특검 조사 과정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향후 임성근 전 사단장 및 공수처 인사들 조사 결과가 이종섭 전 장관 도피 논란, 채상병 사건 진상 규명과 맞물려 정국에 거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검팀의 추가 조사와 공식 발표에 따라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