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흐림과 더위 사이”…청양에서 만나는 여름의 여유와 자연 휴식
라이프

“흐림과 더위 사이”…청양에서 만나는 여름의 여유와 자연 휴식

정유나 기자
입력

요즘 무더운 여름날씨에도 청양을 찾는 여행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예전에는 깊은 산이나 바다로 떠나는 빼어난 휴양지가 더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숲길과 마을, 조용한 사당을 따라 여유를 느끼며 쉬어가는 휴식형 여행이 일상이 되고 있다.

 

4일 충남 청양은 흐림과 더위가 뒤섞인 날씨였다. 오후 2시, 기온은 30도를 넘기고 습도는 75%에 달해 후텁지근한 공기가 감돌았지만, 다행히 미세먼지와 자외선은 안정 수준을 보였다. 잔잔한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야외로 나서기에 부담은 덜한 날이기도 했다. 실제로 SNS에서는 “자연 속 산책로를 걷다가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혔다”, “호수 위 출렁다리에서 맞는 바람이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줬다”는 감상들이 잇따랐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천장호 전경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천장호 전경

청양의 대표 명소 ‘고운식물원’은 사계절 식물이 어우러진 정원형 수목원이다. 울창한 숲과 널찍한 산책길, 곳곳에 드리운 그늘은 한낮의 열기를 잠시나마 식혀준다. 휴가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알프스마을영농조합법인에 모였다. 여름에는 물놀이장, 겨울에는 눈썰매장으로 바뀌는 이곳은 자연을 배경 삼아 세대를 아우르는 소박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행자 박연희 씨(38)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어른들은 향토 먹거리를 맛보는 순간이 한여름 더위만큼이나 진하게 남는다”며 청양에서 보낸 하루를 돌아봤다.

 

실제로 이런 경향은 관광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여름 지방 소도시를 여행지로 선택하는 가족 비중과 1~2일간 숲이나 호수에서 휴식을 취하는 단기 체류형 여행객이 15%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거창한 명소나 유명 관광지보다 잔잔한 자연과 그 안에서의 쉼이 중요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여행지 선택에서 기후와 혼잡도를 피하고, 동시에 건강·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숲, 식물원, 호수 등 ‘천천히 머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출렁다리 위에 한참 머물렀더니 도심에서는 느끼지 못한 평화로움이 밀려들었다”, “실내 역사체험관에서 더위를 식히며 아이와 조용히 지역 이야기를 나눴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또 다른 명소인 ‘천장호출렁다리’와 ‘백제문화체험박물관’, 그리고 조선의 독립정신이 깃든 ‘모덕사’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객에게 쉼을 전한다. 여백이 있는 산자락, 한적한 호수 바람, 푸근한 전시공간…모두가 일상에서 지친 마음에 잠시나마 쉼표를 찍어주는 곳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대단한 볼거리는 없지만 마음이 편안해진다”, “날씨가 흐려도 그늘 아래 걷는 기분이 좋다”, “아이들도 부모도 따로 또 같이 쉴 수 있는 곳”이라는 공감이 적지 않다.

 

청양의 숲과 마을, 다리와 작은 사당은 화려하진 않지만, 머무르며 만나게 되는 작은 여유와 쉼을 선물한다. 사소한 풍경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 모두의 여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정유나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청양#고운식물원#천장호출렁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