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식 식단, 치매 예방 효과 확인”…연세대 연구팀 대규모 분석
지중해식 등 고품질 식단이 치매 발병 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다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 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의 13만1209명을 13.5년에 걸쳐 추적한 건강 데이터 분석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발전성 인지 저하가 특징인 퇴행성 신경질환, 치매의 조기 예방 전략에서 식이 패턴의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5가지 대표 식단(지중해식 식이 MEDAS, 마인드식이 MIND, 권장 식품 점수 RFS, 대체 건강 식이지수 AHEI, 염증식이지수 EDII)과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MCI) 발생의 연관성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각 식이 패턴의 순응도 점수를 사분위수로 나눠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건강한 지방과 항산화 영양소를 다량 포함하는 MEDAS, MIND, RFS, AHEI 식단을 꾸준히 실천한 집단에서 치매 발생률이 뚜렷이 감소했다.

MEDAS 식이의 순응도 최상위 집단(Q4)은 최하위(Q1) 대비 치매 위험이 21% 낮았고, MIND식은 27%, RFS는 28%, AHEI는 23%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반대로 포화지방, 정제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EDII 식단에서는 고위험군(Q4)일수록 치매 위험이 최대 30% 증가했다. 이러한 양상은 치매 진행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발생 위험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추적 기간을 5년 미만, 5~10년, 10년 이상으로 구분해 장기적인 식이 패턴의 효과까지 세밀히 분석했다. 초기 10년간은 건강식단(MEDAS, MIND, RFS, AHEI)이 치매 예방에 특히 강한 상관성을 보였고, 염증성 식단(EDII)은 반대로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 10년이 넘는 장기에서는 식단과 위험도 간 유의성이 일부 약해졌으나, 지중해식 섭취와 염증 유발 식단의 장기 효과는 지속됐다.
이번 분석 결과는 현재 치료 방법이 확립되지 않은 치매·경도인지장애 등 뇌질환 예방에서 맞춤형 식이중재 전략의 잠재적 가치를 시사한다. 글로벌 연구 현장에서는 이미 영양, 수면, 사회적 교류 등 다요소 생활습관 개입 효과에 주목한 치매 예방 연구가 확산되고 있다. 식단 중재 중심 접근에서 미국, 유럽 등도 유사한 결과를 보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의 정책적·임상적 실험 확대 역시 요구돼 왔다.
연세대 이지원 교수는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로 식이 지표와 인지 건강의 연관성을 실증했다”며 “향후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예방을 위한 국가 단위 식이중재 가이드 정립과 장기 관찰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치매 예방을 위한 디지털 식단 플랫폼, 유전체 맞춤 건강식 제안 등 바이오 신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술과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질병 예방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술, 제도, 산업 간 협력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