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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Rn 항체 신약”…셀트리온, 1조원대 글로벌 계약 체결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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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Rn 항체 기술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며,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 기업 간 기술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셀트리온이 최근 체결한 대규모 FcRn 항체 신약 라이선스 계약은 치료 범위 확대와 시장 성장성 측면 모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는 이번 라이선스 체결을 ‘차세대 글로벌 치료 플랫폼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4일 미국 바이오 기업 카이진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체 물질 2종(KG006, KG002)에 대한 글로벌 개발·생산·판매 권리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 114억원, 전체 최대 규모 1조620억원에 달하는 이번 계약으로, 셀트리온은 KG006의 중국·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라이선스와 KG002의 글로벌 독점권을 획득했다. 양사가 대상으로 하는 FcRn 항체는 태아 Fc 수용체(FcRn) 기전을 기반으로 하며, 이는 병인성 자가항체의 제거를 통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FcRn은 면역글로불린G(IgG)와 결합해 세포 내 분해를 막고 면역 단백질이 재순환할 수 있도록 해 인체 면역체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FcRn 억제 항체는 이 기전을 차단, IgG 자가항체 수치를 조절해 자가면역질환의 근본적 치료를 목표로 한다. 기존 면역억제제와 달리, FcRn 표적화 방식은 단백질 반감기를 정확히 조정할 수 있어 효과적이며, IgG가 자가항체에서 차지하는 비율(75% 이상)을 감안하면 다양한 질환으로의 확장성이 높다. 실제로 FcRn 억제를 통해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군에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점도 부각된다.

 

시장에서는 FcRn 항체 신약의 빠른 상업화 단계 진입이 예상된다. 이미 2021년 벨기에 아젠엑스가 FcRn 억제제 '비브가르트'로 미국 FDA 시판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존슨앤드존슨이 '임마비'로 또 한 번 적응증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제품 모두 중증근무력증 등 난치 자가면역질환을 타깃으로 하며, 국내외 기업들도 임상 확대와 신약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한올바이오파마가 이뮤노반트와 공동 개발 중인 FcRn 억제제로 주목받는다. 바토클리맙은 2상 임상에서 기존 그레이브스병 환자 중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군에도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고, 4분기엔 갑상선안병증 3상 결과도 공개될 예정이다. 더불어 중증근무력증,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증, 난치성 류마티스 관절염 등 적응증을 6개로 넓히는 등 글로벌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선두 기업들은 FcRn 신약 플랫폼의 규제 진입 장벽 극복에도 집중한다. 미국 FDA, 유럽 EMEA 등에서 시판 승인과 추가 적응증 확대가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신약 개발 및 기술수출 모멘텀이 커지고 있다. 반면 표적화 기전의 안전성, 장기효과에 대한 여전한 검증 요구와 데이터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FcRn 항체 기술이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넘어 희귀질환, 신경면역질환 등 광범위 적응증으로 시장을 재편할 것”이라며, “치료 효과 및 안전성 입증과 더불어 보험 급여 정책, 데이터 규제 등 제도적 기반이 산업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FcRn 항체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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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fcrn항체#자가면역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