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투표소마다 삶이 스며든다”…유권자 행렬, 일상과 맞닿은 투표→시민사회 기대감 확산
화사한 6월의 햇살 아래 유권자들의 발길이 전국의 투표소 곳곳에서 잔잔히 이어졌다. 피자집, 초등학교, 예식장 등 다양한 공간 속에 마련된 투표소는 시민 각자의 일상과 맞닿으며 오늘만큼은 선거라는 하나의 큰 물결로 조용한 흥분을 자아냈다. 대치와 논리, 소란이 아니라 차분한 기대와 개인의 다짐이 교차하는 아침, ‘장미대선’이라 불린 오늘은 누구에게나 낯설면서도 익숙한 의식을 열어젖혔다.
본투표소가 사전투표소보다 네 배나 가까이 많아, 오랜 시간 붐비는 모습 대신 이른 아침 ‘오픈런’ 이후에는 여유가 스며들었다. 투표장에 들어서는 이들의 사연 또한 각기 달랐다. 서초동 원명초등학교 운동장 앞에서는 아이의 킥보드와 부모의 미소가 교차했고, 한 시민은 “빠른 선거였지만 가족과 나들이처럼 소중히 여기며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부와 함께 일찌감치 소임을 다한 뒤, 남겨진 운동장엔 평온함과 일상의 소음이 다시금 깃들었다.

어느 새벽, 물밀듯 쏟아진 투표 행렬은 오전이 되자 가족 단위와 청년, 노년까지 세대와 꿈이 뒤섞인 일상적 풍경을 연출했다. 서대문구 피자집 앞에서는 지팡이에 의지한 부부와 운동복을 차려입은 젊은이,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가 오갔다.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한 표에 삶의 염원을 담은 유권자부터,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으로 가길 바란다”며 조용히 표를 던진 시민까지 모두가 오늘의 주인공이 됐다.
관할구역이 정해진 본투표의 규정 탓에 간혹 투표소를 찾는 데 혼란을 겪기도 했으나, 그마저도 소중한 참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극단적 논란이나 거친 언성이 없이, 신중하게 허락된 권리를 행사하는 모습은 오늘의 대선을 더욱 의미 있게 물들였다.
91세 노인 홍문자씨의 손끝으로 휠체어 바퀴가 움직일 때,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부터 가족 피크닉을 기획하는 부모, 부정선거 논란을 경계하는 시선까지 투표소에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모든 세대와 꿈, 긴장과 염원이 집약됐다. 어느 누구의 하루도 예외 없이 선거와 나란히 걸어가는 풍경 속에 시민사회 전체의 책임감과 기대감이 고요히 퍼져나왔다.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전국 1만4천295곳 투표소에서 14시간 동안 이어지며, 개표 현장으로 관심이 옮겨질 전망이다. 앞으로도 유권자들의 일상과 삶 가까이에서, 정치와 참정권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