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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여파”…미국·독일 車산업 생산 차질 우려→글로벌 공급망 경고음
국제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여파”…미국·독일 車산업 생산 차질 우려→글로벌 공급망 경고음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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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아침, 거대한 공장지대의 생산 라인이 조용히 멈춰 선다는 것은 산업 문명 전체에 안개처럼 스며드는 불안의 신호와도 같다. 최근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엄격해지며, 북미와 유럽의 자동차공장은 예기치 못한 방정식 앞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다. 바퀴의 회전, 전자장치의 숨결, 세계 교역의 거미줄을 가로지르는 희토류의 운명은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국제사회의 질서를 흔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전기차·항공·의료용 부품에 핵심적으로 쓰이는 7종 희토류의 수출을 특별 허가제로 전환했다. 디스프로슘과 사마륨, 테르븀 등 전장화와 친환경차 혁신의 근간을 이루는 원소들이 이 조치에 포섭됐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채굴의 70퍼센트, 가공의 90퍼센트를 책임지는 현실 속에서, 각국 생산현장은 단번에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을 실감했다.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에 미국·독일 車생산 차질 우려…공급망 불안 커져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에 미국·독일 車생산 차질 우려…공급망 불안 커져

평온했던 글로벌 공급망은 파문을 맞았다. 미국자동차혁신연합과 자동차장비제조협회는 미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수출 통제로 자동변속기·센서·모터·파워스트어링·안전장치 등 핵심 부품 공급에 불가피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이미 미국 내 부품공장들이 납품 지연 및 가동 중단의 그림자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제약이 장기화된다면, 완성차 생산량 감축이나 주요 조립라인 중단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기업 현장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미중 경제 안보 갈등이 깊어지면서 상호 불신과 규제가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미 무역대표부는 중국과의 협상에서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 해제 합의가 있었음을 밝혔으나, 수출 허가의 복잡한 서류 절차로 실제 공급은 반토막 수준에 머물렀다. 수입업체들은 수백 쪽 자료 제출 등 행정 장벽에 막혀, 미국 내 4월 희토류 자석 수입량은 전월의 절반으로 가라앉았다.

 

유럽 자동차 강국 독일마저도 불안정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는 중국 측이 일부 대형업체를 선별해 자원을 배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동차 생산 일정 전반에 예측 불가능성이 스며들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계는 이 흐름이 고착화될 경우, 자유무역 원칙 아래 숨 쉬던 글로벌 공급망의 밸런스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내비친다.

 

국가 간 대립의 경계도 명확히 드러난다. 미국은 중국의 관세 합의 무산과 수출 규제 남용을 공식적으로 비판했고, 주미 중국대사관은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 수출통제에 맞불을 놓으며 첨예한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관세 맞대응과 비관세 장벽의 그림자만 오간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균열은 점차 가시화될 조짐을 보였다. 글로벌 자동차, 전기차 및 첨단부품 섹터에서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자, 투자자들은 희토류 광물 시장의 불안과 증시 상승·하락폭의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희토류의 흐름을 둘러싼 힘겨루기 속에서 자동차 산업의 엔진은 숨을 고르고 있다. 이들은 다시 세상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지구 반대편 자원의 흐름이 한 나라의 회로를 타고 세계공장을 멈추게 만드는, 국제 질서의 미세한 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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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미국자동차혁신연합#독일자동차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