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86% 대표이사 의장 겸직”…사외이사 견제 한계, 현대차·롯데 100%
국내 상장사 가운데 86%가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6월 말 기준 2,531곳의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로, 이사회 독립성 및 투명성 확보에 대한 과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요 대기업 집단을 중심으로 사외이사 의장 선임과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이 확산되며, 국내 기업지배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176개(전체의 86%) 상장사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동시에 맡고 있었다. 이 중 총수 일가가 직접 의장을 맡은 곳은 169곳(6.7%)이었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에 오른 사례는 107곳(4.2%)에 불과했다. 자산 5,000억 원 미만 상장사의 경우 대표이사 의장 겸직률은 90.8%로 더욱 높았다. 반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해당 비율이 53.4%로 집계돼, 자산 규모에 따른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주요 그룹별로는 현대차그룹(12곳)과 롯데그룹(10곳)이 모든 상장 계열사에서 대표이사가 의장직을 겸하고 있는 반면, SK그룹은 20개 상장 계열사 중 15곳(75%)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며 이사회 독립성이 부각된다. 삼성그룹은 16개 계열사 중 9곳(56.3%)에서 대표이사 의장 겸직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도 최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일환으로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개 주요 계열사는 올해 4월부터, 롯데그룹은 2023년 3월부터 별도로 선임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맡을 경우 이사회가 최고경영자의 경영 결정을 견제·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는 우려와 함께, 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사외이사 의장 선임 확대와 선임사외이사 제도 확충 등으로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금융당국 또한 점진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공시 강화, 사외이사 중심 견제 제도 확대 등 제도적 개선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 그룹의 선임사외이사 확산 움직임이 국내 상장사 전반의 이사회 독립성 확보 분위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향후 기업지배구조 개선 논의와 함께, 투자자와 시장의 관심은 상장사 이사회 운영의 실효성 강화에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