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밤 건너는 각오”…홍명보호, 이라크 원정→11회 연속 월드컵 눈앞
차분한 결의가 출국장에 내려앉았다. 유럽 무대에서 막 비행기를 갈아탄 손흥민까지 합류한 축구대표팀은 표정 속에 긴장과 자신감을 함께 담은 채 결전지 이라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그 역사의 문턱에 서 있는 이날의 발걸음은 어쩐지 묵직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위 한국 대표팀은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세기로 이라크 바스라로 출국했다. 홍명보 감독을 필두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 손흥민, 유럽과 중동 리그에서 맹활약한 이강인, 권경원, 원두재, 조유민, 박용우 등이 선수단에 이름을 올렸다.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 등은 현지 합류를 택했고, 유로파리그 트로피의 기운까지 함께한 대표팀은 간결하지만 단단하게 전열을 꾸렸다.

이라크는 여전히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외교부 협조 아래 취재진까지 배제한 최소 인원으로 꾸려진 모습이었다. 선수, 코치진, 스태프 21명이 조용하고 절실한 분위기 속에 항공편에 올라 목숨 같은 결전을 준비했다. 예선 B조에서 한국은 4승 4무, 승점 16으로 2위 요르단, 3위 이라크보다 여유 있게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가오는 6일 새벽,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라크와의 9차전은 모든 계산을 뛰어넘어 진정한 승부의 무대다. 무승부만 거둬도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11번째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원정에서 품에 안을 수 있다. 반대로 두 경기 모두 패한다면 4차 예선이라는 또 다른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
손흥민은 “이라크에서 반드시 본선 진출을 확정 짓고, 홈에서는 팬들과 웃으며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어려운 환경이지만 책임감과 집중력, 그리고 서로를 믿는 힘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은 이라크전을 마친 뒤 10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돌아와 쿠웨이트와 3차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궂은 외부 환경과 시차, 그리고 수많은 중압감을 딛고, 한국 축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또 한 번 팬들 곁에 전해질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여운이 남는 밤하늘 아래, 선수들은 조용히 각자의 마음을 다잡았다. 언젠가 이 시간도 빛나는 발자취로 남을 것이다. 월드컵 본선행을 위한 이들의 분투는 6일 새벽 3시 15분,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