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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선발 등판”…리치 힐, 14개 팀 이적→MLB 새 기록의 주인공
스포츠

“최고령 선발 등판”…리치 힐, 14개 팀 이적→MLB 새 기록의 주인공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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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쏟아진 시카고 리글리필드는 이날 45세 리치 힐의 선발 등판으로 잔잔한 감동을 더했다. 20년 만에 다시 선 그 마운드, 관중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힐의 투구 하나하나에 숨을 죽였다. 익숙한 무대였지만, 복귀의 순간은 그 어떤 경기보다도 무거운 의미로 다가왔다.

 

메이저리그 7월 23일 시카고 컵스 원정경기에서 리치 힐은 387번째 빅리그 등판을 완주했다.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6안타 3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캔자스시티 로열스 소속으로 14번째 구단 선발 투수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MLB 역대 두 번째 최고령 선발 등판 기록(45세)까지 경신된 순간이었다. 비록 경기 결과는 0-6 패배, 힐은 공식적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MLB 14번째 팀 선발 등판”…리치 힐, 45세 최고령 투수 진기록 / 연합뉴스
“MLB 14번째 팀 선발 등판”…리치 힐, 45세 최고령 투수 진기록 / 연합뉴스

힐은 직구 최고 시속 147㎞를 비롯해 변화구를 다양하게 구사하며 노련미를 뽐냈다. 커브 28구, 슬라이더 16구, 스위퍼와 체인지업도 각각 6구, 5구씩 섞어 구사하며 경기 운영의 깊이를 보여줬다. 2회 초 야수진 실책 2개로 불운하게 2실점했지만, 노장의 끈질긴 집중력은 당시 그라운드에서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5회 2사 1루에서는 피트 크로-암스트롱에게 1타점 2루타를 내주며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통산 14개 팀에서 선발 등판한 힐은 MLB닷컴에 의해 에드윈 잭슨과 함께 ‘최다 팀 등판 타이기록’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49세에 선발 등판한 제이미 모이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나이 많은 선발투수라는 점에서 그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9월 5일 보스턴 소속으로 마지막 빅리그 등판 후, 미국 대표로 WBSC 프리미어12 무대를 거쳤던 힐은 올 5월 캔자스시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새로 맺으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다. 마이너리그 11경기에서 4승 4패, 평균자책점 5.22의 관록을 바탕으로 마이클 로렌젠 부상에 따라 선발진에 전격 등록됐다.

 

경기 후 리치 힐은 “집에서 훈련을 계속하며 내 안에 아직 투구할 힘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순간도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다시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오랜 세월 집요하게 쌓아온 기록과 묵묵한 도전, 리치 힐의 투혼은 MLB 팬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남겼다. 캔자스시티는 다음 경기부터 선발진을 재정비하며, 노장의 투혼이 던진 의미를 정돈할 예정이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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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힐#캔자스시티#m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