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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62달러 돌파”…OPEC+, 증산 유지와 지정학 불안→글로벌 유가 강세
경제

“WTI 62달러 돌파”…OPEC+, 증산 유지와 지정학 불안→글로벌 유가 강세

이소민 기자
입력

하늘에 짙은 안개가 드리울 때, 원유 시장도 또렷한 굴곡을 드러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선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2.85% 올랐고, 배럴당 62달러를 가뿐히 넘어서며 힘찬 상승 시그널을 보내왔다. 배럴당 62.52달러라는 마감가는 지난 5월 20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다시 쓰인 기록이었다.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등대와도 같은 브렌트유도 3%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며, 64.63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금빛 파도가 출렁인 하루였다. 장중 한때 WTI 가격은 5% 이상 오르며 63.88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일부 이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며 소폭 조정을 맞이했으나, 기본적인 강세 흐름은 견고히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등의 배경으로 여러 조각을 짚어내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원유 저장 시설 / 연합뉴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원유 저장 시설 / 연합뉴스

우선, 산유국 협의체 OPEC+가 지난 5월 31일 회의에서 7월부터 하루 41만1천배럴 증산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이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남겼다. 세 달째 이어지는 같은 규모의 증산 결정을 두고, 시장에선 일시적 안도감이 퍼져나갔다. 더욱 빠른 증산을 걱정했던 투자자들은 예상과 달리 완만한 기조가 유지되자, 매도 포지션의 일부가 급히 청산되는 움직임으로 번졌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상품 전략가는 “원유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다”며 “추가적인 공급 확대도 단번에 흡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숫자로 점철된 증산 소식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 시장의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타격, 이란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강경한 반발 등은 중동과 유럽을 에워싼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시장은 이런 소식들을 촘촘하게 받아들이며, 유가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와 더불어, 세계 4위의 산유국인 캐나다에 번진 대형 산불도 공급에 관한 우려를 더했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드 파트너는 “앨버타주 산불로 인해 공급 일부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거대한 불길이 원유 수송선을 막거나 생산 시설에 영향이 닿을 경우, 시장의 불균형은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공급과 수요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현 원유시장은 더욱 불안정한 구조로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증산 기조 유지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공급 차질과 국제 정세 불안이 단기적으로 유가 흐름을 강하게 밀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혼란의 시간 속에서, 소비자와 기업, 투자자 모두는 원유 변동성의 여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원유 가격이 생활과 산업 곳곳에 이미 넓고 깊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불안정한 국제 정세 및 공급 변수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다음 주 OPEC+ 공식 발표와 각국의 지정학적 동향 역시 향후 유가 전망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세상은 어둠 속에서도 또 다른 지표를 기다린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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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wti#캐나다산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