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암 진단 생태계 통합”…루닛, 볼파라 인수 효과 본격화
AI 기반 암 진단 기술이 정밀의료 산업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루닛이 유방암 검진 특화 AI 플랫폼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볼파라)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고, 글로벌 암 진단 및 치료 생태계 구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기업 측은 검진부터 진단·위험평가·영상분석·환자관리까지 암 치료 전 주기를 아우르는 AI 기반 통합 서비스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이번 행보가 AI 진단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루닛은 6일 볼파라와의 브랜드 통합 및 글로벌 조직 재편을 공식 발표했다. 볼파라는 2023년 5월 약 2600억원에 인수한 뉴질랜드 기반 의료 AI 기업으로, 자사의 영상분석과 유방암 검진 플랫폼이 강점이다. 공식 통합 이후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는 루닛 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변경, 오세아니아·아시아·유럽·중동 등 미주권 외 글로벌 영업을 담당한다. 북미법인 Volpara Health는 루닛 아메리카로 새롭게 출범해, 미국과 중남미 시장을 전담한다.

이번 통합은 양사가 보유한 기초 영상분석 AI기술, 조기 위험평가 알고리즘, 의료진 지원 소프트웨어 등 전 분야 전문성을 한데 묶었다. 특히 암 영상 데이터 해석 정확도를 끌어올린 AI 기반 ‘히트맵(Heatmap)’ 및 조직 분석 기술은 조기 발견과 맞춤형 치료 실현 단계에서 차별화 지점으로 꼽힌다. 루닛은 본사 R&D에 집중하고 해외 세일즈는 양 자회사로 이관하는 조직 구조 재편을 통해, 매출 성장과 기술 혁신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의료 AI 시장은 미국, 유럽 기업을 중심으로 워크플로우 통합과 진단 자동화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아이코어(AiCure), 에노비스(Enlitic) 등도 임상 영상 데이터와 환자 정보 통합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 루닛-볼파라 통합은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글로벌 전주기 암 솔루션 브랜드를 구축하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식약처 등 국내외 규제 환경 역시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AI 암 진단 소프트웨어의 경우 정밀의료기기 등급, 개인정보 보호, 국제 인증 획득 등의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루닛은 이미 유럽 CE인증 및 미국 FDA 허가 등 주요 지역 진출 근거를 확보하고 있어, 후속 시장 확대 속도가 주목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빠른 임상 증거 축적과 글로벌 영업망의 확대가 실제 시장 안착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진단-분석-치료 연계가 가능한 전주기 플랫폼 구축은 정밀의료 산업에서 기술·조직·정책이 결합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통합이 글로벌 암 진단·치료의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브랜드 전략, 인증 정책의 균형이 기업 성장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