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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720선 돌파”…외국인·기관 자금, IT·금융주로 쏠리며 거래금액 16조 원 육박
경제

“코스피 2,720선 돌파”…외국인·기관 자금, IT·금융주로 쏠리며 거래금액 16조 원 육박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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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햇살처럼 뜨겁던 5월의 마지막 장, 국내 증시는 잊고 있던 활력을 되찾았다. 뉴욕에서 전해진 엔비디아의 오월 실적과, 높았던 관세 장벽에 마침표를 찍으라는 미국 연방 법원의 소식이 더해지자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이 힘차게 국내 시장을 두드렸다.  

 

코스피는 어느새 2,720선 위를 밟았다. 5월 29일, 전일보다 50.49포인트(1.89%) 오른 2,720.64포인트에 장을 닫으며, 열 달 만에 마주하는 가장 푸른 고지에 닿았다. 장 초반부터 뚜렷했던 매수 기류는 오후로 갈수록 한층 확고했다. 지난해 8월 소위 ‘블랙먼데이’ 전일에 맞먹는 수치다. 미국 경기 침체 불안이 걷히고 있음을 암시하는 한편, 국내 경제의 반등 신호를 온몸으로 전하는 듯했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이날 투자자들의 주요 움직임은 더욱 다채롭게 얽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952억 원, 기관은 무려 6,836억 원을, 코스닥 시장 역시 기관이 460억 원을 순매수했다. 합산해보면 주도 세력은 외국인과 기관이었고, 개인 투자자들은 1조246억 원어치를 거둬들였다. 자금의 흐름이 시장 중심축을 바꿨다.  

 

시장 반전의 배경 너머에는 미국 IT 대장주의 눈부신 성적만이 자리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준금리 인하, 0.8%로 낮아진 국내 성장률 전망, 그리고 좀처럼 요동치지 않는 환율도 투자 환경을 한결 맑게 했다. 원·달러 환율이 1,375.9원까지 내리며 외국인 유입에는 더할 나위 없이 우호적인 마당이 마련됐다.  

 

외국인 매수 타깃은 뚜렷했다. 카카오, 두산에너빌리티, HD한국조선해양,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굵직한 대형주와 더불어, SK하이닉스와 현대차, LG화학(051910) 같은 전통 강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중공업도 동행대열이었다. 반대로 한미반도체, SK텔레콤,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은 조용히 매도세에 휩싸였다.  

 

기관 역시 비슷한 위치에 시선을 두었다. SK하이닉스는 1,196억 원으로 단연 압도적인 순매수를 기록했고, 삼성전자, 현대차, KB금융, 현대모비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효성중공업, 두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매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2개월 만에 21만 원선을 탈환하며 1.92%의 견고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소폭이지만 반등에 성공했고, 자동차·방산 업종의 기아(4.72%), 현대차(2.74%), 한화에어로스페이스(3.00%) 역시 강세를 보였다. 증권과 금융주는 더욱 기세를 잡았다.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등은 정책 기대의 후광 속에서 크게 뛰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23.21% 급등과 동시에 이례적 거래량을 동반, 투자자들의 군집 심리가 명확히 반응했음을 보여줬다.  

 

반면, 바이오와 2차전지 업종에서는 엇갈림이 뚜렷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LG에너지솔루션은 하락했지만,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하이브 역시 방시혁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관련 금융감독원의 조사 소식에 2.51% 하락, 개별 이슈 리스크가 여전히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업종별로는 증권이 11% 넘는 급등세로 시장을 이끌었고, 건설, 화학 등 민감 업종도 모처럼 강하게 움직였다. 반면, 전기가스와 오락문화 업종은 하락 흐름을 보였다. 경기 순환매 흐름이 가시화되는 국면이었다.  

 

코스닥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736.29포인트로 1% 넘게 오른 가운데, 2차전지와 바이오 대표주자가 나란히 상승했다. 하지만 일부 바이오, 제약 주식들은 차별화된 조정세를 맞이했다.  

 

이날 시장의 총 거래대금은 유가증권과 코스닥을 합쳐 16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수치 그 자체로도, 투자자의 관심과 심리가 적잖이 살아났음을 말해준다.  

 

시장에는 어느 때보다 전략적 변화가 요구된다. 글로벌 대형 기술주의 실적과, 미국 연방기관 정책,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 같은 거대한 파도가 잠시 투자자의 항해를 순풍에 맡긴다. 그러나 자산시장은 언제나처럼 예측 불허의 곡선을 그린다. 앞으로 발표될 미국 경제지표와 반도체 업황, 금리 전망이 이 상승 흐름의 기로를 결정지을 것이다.  

 

지금은 성공적인 매수 행진의 결실이 달콤하게 익어가고 있지만, 투자자는 잠시의 훈풍에도 내면의 경계심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단 경고장이 함께 배달된다. 지표의 파도 속에서 무엇을 잡고 살아남을 것인지는 각자의 투자철학에 달렸다. 다가올 미국의 경제지표와 업종별 순환의 키워드가 또 한 번 좌표를 그려줄 시간이 머지않았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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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엔비디아#sk하이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