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낀 더위, 바다와 산으로 간다”…속초가 제안하는 여름의 해답
요즘 속초로 떠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단순한 휴가지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자연과 맞닿은 쉼표를 찾는 모두의 일상이 됐다.
22일 오전 속초의 기온은 31.6도, 체감 온도까지 31.7도에 이르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습도 56%에 구름도 많지만, 자외선과 미세먼지는 걱정 없는 날씨. 그러다 보니 여행객들은 되레 이때만 만날 수 있는 속초의 여름 명소들을 찾고 있다.

영금정은 동해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대표적 전망 정자. 이른 아침과 해질 무렵,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는 이들은 파도 소리와 함께 저마다의 풍경을 담는다. 설악산국립공원 안 토왕성폭포도 마찬가지다. 높게 내리꽂히는 폭포수에 시원한 바람, 짙은 물소리까지 더해져 무더위를 잊게 한다. 등산로 입구엔 벌써부터 아이 손을 잡은 가족이나 작게 짐을 챙긴 커플 방문객도 적지 않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여름 전국 자연휴양림·도심 해수욕장 예약률이 전년 대비 12% 가까이 늘었다. 또 SNS에는 ‘속초인증’, ‘여름피서’ 해시태그로 실제 방문 사진들이 연이어 오르고 있다. 현지 숙박업계 관계자는 속초 해수욕장, 영금정, 토왕성폭포 부근 숙소 문의가 평소의 두 배 가까이 몰리고 있다며 “매일 다녀야만 볼 수 있는 자연이 주는 잔잔한 위로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 같다”고 체감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경험 중시, 감각 우선 여행’이라 부른다. 김민준 여행 트렌드 분석가는 “단순히 사진을 남기는 것을 넘어, 오늘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욕구가 속초 같은 곳에서 더 빛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름철 제한적 바깥활동에서 자연, 바다, 산 등 촉각적인 자극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금강굴 올라가는 길에 불어오는 바람 하나에 웃음이 났다”, “토왕성폭포 물소리가 머릿속까지 시원하다”, “해수욕장 파도 보고 나면 일주일 피로가 사라진다”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일상을 달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기자가 속초 설악산자생식물원에 다녀온 경험도 비슷했다. 구름을 이고 걷는 산책길에서 불청객 더위마저 잊을 만큼 평안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속초에는 단지 피서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 산, 자연이 어우러진 색다른 여름은 좀 더 천천히, 나답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또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