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8개 작렬”…옥태훈, KPGA 클래식 1라운드 선두→버디 최다·16점 독주
잔잔한 제주 봄 하늘 아래, 그린 위의 긴장감만큼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옥태훈의 샷이 페어웨이를 가를 때마다 지켜보는 이들 사이에 미묘한 설렘과 탄성이 번졌다. 매 홀을 정교하게 공략하며, 그 이름은 순위표 맨 위에 새겨졌다.
8일 제주 서귀포 사이프러스 골프 앤 리조트 북서코스에서 열린 2024 KPGA 클래식 1라운드에서 옥태훈이 8언더파 63타,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 16점으로 단독 1위에 올랐다. 버디만 무려 8개를 낚아챈 대범한 공격력 덕에, 2위 최승빈(13점)을 3점 차로 따돌리며 초반부터 강한 우승후보임을 재확인했다.

스테이블포드방식이 적용된 이번 대회는 파에 0점, 버디 2점, 이글 5점, 앨버트로스 8점, 반면 보기 –1점, 더블보기 이상에는 –3점이 부여돼 선수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공격적 시도를 유도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한 순간의 과감한 선택이 종종 리더보드를 뒤흔들기도 하는 무대다.
옥태훈은 10번 홀에서 출발하자마자 세 홀 연속 버디로 본격적인 질주를 알렸다. 15번과 18번 홀에서도 추가 버디를 신고, 전반에만 5언더파 10점을 쌓으며 일찌감치 단독 선두를 굳혔다. 후반 역시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보이며 2번, 5번, 8번 홀 버디를 추가했고, 단 한 차례도 보기를 허용하지 않으며 완벽에 가까운 라운드를 완성했다.
경기 후 소감에서 옥태훈은 “웨지 플레이가 특히 잘됐다. 100m 안쪽에서 만난 모든 샷이 핀 가까이에 서며 버디 찬스마다 득점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 KPGA 주요 투어에서 이미 55개로 최다 버디 기록을 이어가는 그는, “특이한 경기 방식이다 보니 이글이나 버디를 놓치면 부담이 크지만, 오늘은 오로지 샷에만 집중했다. 뉴질랜드 오픈과 인터내셔널 시리즈 마카오 컷 탈락 뒤 코치들과 보완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며 진지한 마음을 전했다.
2위는 최승빈이 차지했다. 버디 7개와 14번 홀 이글까지 인상적인 집중력을 보여줬지만, 보기 3개와 더블보기 1개 아쉬움에 머물렀다. 3위에는 함정우가 5언더파 11점으로 이름을 올렸고, 올해 개막전 우승자 김백준과 김민규가 나란히 공동 22위(6점)에서 상위권 진입을 노렸다.
경기가 끝난 뒤, 한껏 긴장을 늦춘 선수들은 제주 특유의 바람과 잔잔한 산뜻함을 다시금 마주했다. 봄바람에 실린 희망과 패배의 씁쓸함, 모두 그라운드 위에서 교차한다. KPGA 클래식의 2라운드는 내일 이어진다. 옥태훈이 흔들림 없는 리듬으로 선두를 이어갈 수 있을지, 새로운 경쟁자가 무대 위로 떠오를지 주목받는다.
따스한 오후 햇살 아래, 승부의 무게는 곧 다시 선수들의 어깨에 얹힐 것이다. 리듬을 회복한 옥태훈의 표정과 짧은 숨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내일도 이어질 경기장을 고요히 밝힐 듯하다. 2024 KPGA 클래식은 제주의 봄을 닮은 승부를 예고하며, 대회 이틀째 2라운드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