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펠로우 4분의 1 감소”…전문의 배출 급감, 의료인력난 가속
국립대병원 임상강사(펠로우)가 5년 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의료 현장의 전문 인력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의정(醫政) 갈등 장기화에 따라 신규 전문의까지 배출이 급감하며, 병원 인력 수급 및 지역 의료 격차 심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업계와 의료계는 이 같은 상황을 ‘보건의료 인프라 붕괴의 초기 신호’로 지목한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10대 국립대병원의 2024년 5월 기준 임상강사 수는 총 122명이다. 이는 2020년 수치(485명) 대비 약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 폭이 뚜렷하다. 연도별로도 2015년 518명에서 2023년 415명, 지난해 278명으로 줄었고, 올해 122명까지 하락했다. 임상강사는 전문의 취득 이후 대학병원에서 진료, 교육, 연구를 병행하는 핵심 의료 인력으로, 전문성과 교수진 확대의 교량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임상강사 지원이 줄어든 데는 개원 수요 증가와 더불어, 의대 정원 증원 논란 등 의료계 내부의 정책 반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서울대병원(2020년 186명→올해 64명), 부산대병원(73명→20명), 경북대병원(69명→10명), 전남대병원(71명→11명) 등 주요 거점병원에서 일제히 두 자릿수로 인원이 감소했다. 일부 병원은 2년 연속 신규 임상강사 채용에 실패해, 진료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임상강사와 더불어 신규 전문의 배출도 급감했다. 2024년 4월 기준 전국 전문의 수는 9만7365명(2023년 9만5640명 대비 약 1700명 증가)에 그쳤고, 신규 전문의 시험 최종 합격자는 509명으로 2023년(2727명)의 19% 미만에 머무른 상황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대한 전공의 이탈과 응시 포기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전히 신규 전문의의 수도권 편중도 여전해, 서울(2만7359명)과 경기(2만2054명)에 집중됐다.
특히 이번 인력난은 기존 의료인력 충원 구조에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선순환 구조의 필수 단계인 임상강사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대학병원 진료·연구 경쟁력이 저하되고, 향후 빅데이터 기반 임상 연구와 디지털 헬스 융합 시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공공병원 기반 전문의 육성 시스템을 강화하는 추세와 대조적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임상강사 고용 안정장치, 수련 환경 개선 등 복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또 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의료격차 해소 및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인력 배치 등 정책 혁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전문의·임상강사 유입과 산출이 동시에 마르면서 지역·공공의료의 붕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교육, 연구, 진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국립대병원의 인력 체계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의료인력난이 병원 중심 시장의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