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반대 6.8% 그쳐”…자산운용사, 경영 견제 한계 드러나→공시·투명성 강화 예고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방식이 올해 들어 서서히 변하고 있다. 273개 자산운용사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만8천969개의 안건에서 행동으로 옮긴 의결권 행사율은 91.6%로 소폭 높아졌지만, 반대의결권 행사는 6.8%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은 4일 이런 수치를 내놓으며, 의결권 행사에서 연기금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게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국내의 공‧사모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주식 66조9천억 원, 비상장주식 13조9천억 원, 해외주식 83조7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막대한 자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찬성 의견이 82.9%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반대는 6.8%에 머물렀다. 반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율은 99.6%, 반대율은 20.8%에 달했다. 공무원연금도 97.8% 행사율에 8.9% 반대를 나타냈다.

합병이나 분할, 조직변경 등 주요 경영상 안건에 대해 자산운용사가 반대를 선택한 비율은 21.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해임 안건에 대해서는 각각 9.0%, 7.9%의 반대에 그쳤다.
의결권 행사율은 증가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한계도 드러났다. 72개 운용사는 의결권 행사안건의 절반 이상에서 ‘주주총회 영향 미미’, ‘주주권 침해 없음’과 같은 형식적 사유를 반복했다. 내부지침을 공시하지 않거나 최신 가이드라인을 반영하지 않은 경우도 일상적이었다. 이해상충 방지, 실질적 의결권 행사 전담조직 부재 상황 역시 확인됐다.
개별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교보AXA자산운용이 99.3%, 97.4%의 높은 행사율을 보였고, 반대율도 16.0%, 16.1%로 적극적 모습이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 역시 투자 대상 경영진과 면담,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비해 상장주식 보유 상위 5개사 중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은 의결권 행사·불행사 사유의 중복 기재 비율이 80%를 넘어, 책임투자 과정의 개선 필요성이 지적됐다.
금융감독원은 다수 운용사가 의결권 행사 체계에서 실질적 전담조직을 보유하지 않았고, 자문사 의견에 의존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패시브 펀드 역시 상장사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자산운용사별 공시 점검을 더욱 강화하고, 비교공시 시스템 정착과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본의 움직임은 늘 시장의 규율과 신뢰 위에서 흐른다. 이번 점검 결과는 곧 운용사가 투자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내고,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라는 흐름에 어떻게 부합할지에 대한 숙제를 남긴다. 투자자와 소비자는 운용사의 신중한 의결권 행사 과정을 지켜보며, 정보 접근성과 책임성 강화에 따른 혜택 혹은 변화가 일상에 어떤 무게로 다가올지 곱씹을 시점이다. 순환하는 계절처럼 공시·투명성 강화 움직임이 업계 전반의 성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6월 이후 비교공시 시스템 개선과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등 구체적 후속 일정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