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낯선 골목과 바다, 여운 남는 여행 풍경→아바이마을부터 울산바위까지 사유의 시간
여름이 다가오는 시간, 속초는 바다의 푸르름 속에 감춰진 골목길과 바람 내음, 그리고 지난 시절의 흔적과 함께 여행자를 맞이한다. 흔히 해수욕장에 머무는 여행길을 넘어, 속초의 시간을 담아낸 곳들은 낯섦과 친밀함이 교차하는 새로운 여운을 남긴다. 소금 내음 짙은 바닷길이 끝나는 자리에, 오래된 삶과 사람이 빚어낸 얼굴들이 펼쳐진다.
작은 포구의 정취가 살아있는 아바이마을은 따뜻한 골목과 순대국밥 향기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들고, 천천히 물길을 건너는 갯배 체험이 일상의 리듬을 느리게 되돌린다. 드라마의 장면을 따라가면, 집집마다 놓인 손때 묻은 나무문과 낡은 간판 속에서 다시 삶이 시작된다. 아바이마을은 소박하면서도 진한 정취를 지닌 골목길이 남긴 온기가,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잊게 한다.

항구의 아침을 알리는 장사항에는 계절마다 다른 제철 해산물이 북적거리는 수산시장의 활기가 감돈다. 갓 잡아 올린 도루묵, 꽃게, 방어의 생명력이 입안에 상쾌하게 번지고, 항구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잔잔한 파도 소리와 어촌의 리듬이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허문다. 관람객 박진영 씨는 “이곳에서는 식탁의 소소함과 바다의 넉넉함이 함께 머문다”고 전했다.
속초시립박물관에서는 근대 속초의 삶을 재현한 전시가 이어진다. 오래된 생활도구, 어부의 옷, 소박한 골목의 재현 전시물들은 동해안의 뿌리 깊은 전통과, 잊혀져가는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잠시 박물관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속초의 역사가 조용한 속삭임으로 다가온다.
등산의 즐거움을 체험하고 싶다면 울산바위와 설악산자생식물원이 여정을 잇는다. 울산바위에 올라 유려한 곡선의 바위진 풍경을 바라보면, 인간이 설 수 있는 자리와 자연이 허락하는 시야가 어디까지인지 곱씹게 된다. 설악산자생식물원은 각 계절의 빛이 머무는 고산지대를 고스란히 품고 있어, 산책길마다 귀한 식물의 얼굴과 마주한다.
깊은 저녁빛이 깃든 등대해수욕장에서는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서 바람에 의지한 사색이 남는다. 속초해수욕장의 북적임을 벗어나 단배미 바위 아래서 바라보는 석양이 하루의 끝에 환한 여운을 남긴다. 여행자 박윤아 씨는 “이 곳에서의 석양은 울림만으로도 긴 여름밤의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속초는 계절의 수평선 너머, 단순한 바다가 아닌 삶의 기록과 서정이 동시에 숨 쉬는 곳이다. 가까이 두었던 여행의 의미가 골목과 바다, 산과 식물 속에서 천천히 되살아난다. 6월 내내 이어지는 속초의 골목과 명소들은, 바람처럼 머물다 간 기억의 한 조각이 돼 오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