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은 계곡이 답이다”…35도 무더위에 실내외 피서 명소 인기
요즘 한낮의 홍천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늘과 시원한 실내 공간을 먼저 찾는다. 예전엔 한여름 야외활동이 자연스런 휴가의 한 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에만 짧게 밖을 거닐고 대부분은 계곡이나 실내에서 더위를 식히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8일 오후, 홍천의 기온은 35도를 훌쩍 넘어섰다. “작년만 해도 이렇게 덥진 않았는데, 올해는 아이와 함께 팔봉산 계곡으로 바로 달려왔어요. 볕이 너무 강해 낮엔 실내가 최고죠.” 지역 주민 김나연 씨의 말처럼, 맑은 물과 숲이 그늘을 드리우는 계곡에는 이미 많은 가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수심이 얕아 아이들도 안심이고, 동네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에서 온 피서객까지 몰려드는 여름 명소로 거듭난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홍천군에 따르면, 팔봉산 계곡과 같은 산림 휴양지 주말 방문자 수는 한여름 평균 25% 이상 늘었다. 실내 문화공간을 찾는 이들도 부쩍 많아졌다. ‘홍천문화예술회관’은 낮 시간 복합문화전시, 주말 공연, 어린이 체험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대기질이 좋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자외선 수치가 높을 때 외부활동은 잠시 미루고 실내나 자연 그늘을 고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처럼 극심한 더위가 일상이 된 여름엔 피서 트렌드 역시 뚜렷이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강원기후센터 김은정 연구원은 “고온 현상이 길어지면서 낮 시간 외부활동은 점점 줄고, 자연 그늘이나 공공 실내 공간을 찾으려는 흐름이 강해졌다. 계곡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무리가 없으면서도 도심과는 또 다른 휴식감을 준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바깥공기 쐬러 왔다가 계곡에 눕듯이 앉아 버리고, 아이랑 물장구치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하다” “문화회관 전시장에서 잠깐 숨 돌리는 게 사치가 아니라 필요로 느껴진다” 같은 목소리가 홍천 관련 커뮤니티에 이어졌다. 올해 7월 말 열리는 ‘홍천 찰옥수수 축제’처럼, 계곡 피서와 실내 체험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여름엔 야외 물놀이가 되레 피로를 부르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그늘진 숲과 시원한 실내를 오가며 나만의 리듬으로 더위와 거리를 두려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여름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