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12-11 혈투”…그림즈비, 맨유 격파 후 벌금→대회 잔류 드라마
90분간 이어진 팽팽한 접전 끝, 승부차기 12-11 혈투의 끝에서 환호한 그림즈비 타운과 좌절을 삼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표정엔 엇갈린 드라마가 담겼다. 마지막 순간까지 희비가 교차한 구장은 삽시간에 술렁였고, 관중들은 잊지 못할 밤을 품에 안았다. 그러나 그림즈비의 극적인 승리에는 예상치 못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잉글랜드풋볼리그는 리그컵 2라운드에서 부정 선수가 출전한 사실이 드러난 그림즈비에게 2만파운드(약 3천740만원)의 벌금을 결정했다. 문제의 장면은 후반 28분, 경기 전날 브래드퍼드 시티에서 임대로 영입된 미드필더 클라크 오두어의 교체 투입에서 비롯됐다. 오두어는 유일하게 승부차기를 실축하며 긴장감을 극대화했으나, 구단 등록이 마감 시한인 정오를 1분 넘긴 12시 1분에 이뤄지면서 규정 위반에 해당했다.

잉글랜드풋볼리그는 그림즈비 구단이 위반 사실을 스스로 신고했고, 고의성이나 기만적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전체 벌금 2만파운드 가운데 1만파운드는 2025-2026시즌 종료까지 유예하며, 추후 재발 시 추가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렸다. 이번 결정에 따라 재경기나 몰수패 같은 중징계는 피한 셈이 됐다.
그림즈비 구단은 컴퓨터상의 문제로 선수 등록이 1분 지연된 사실을 즉각 알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리그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연장 접전 끝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관중들은 역사에 남을 혈투의 밤을 기억하면서도, 규정의 무게와 그 뒤에 숨은 희로애락까지 바라봐야 했다. 그림즈비 타운이 이어갈 다음 라운드의 대회 도전은 축구가 전하는 작은 아이러니를 곰곰이 들여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