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죽어야 멈추는 가족 간병”…돌봄 제도 끝자락에서 절규→파국의 현장에 던진 질문
도시의 불빛 아래 평범했던 가족의 하루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간병의 시간에 쓸려버린 80대 아버지와 50대 아들이 한강다리 위에 섰고, 삶의 끝자락에서 아버지는 구조되고 아들은 스스로 고백했다.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가슴 먹먹한 그 말은, 돌봄이라는 힘겨운 짐을 지고 버티다 결국 벼랑 끝으로 몰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겼다.
‘PD수첩’은 가족을 까맣게 잠식하는 간병 현실을 깊이 따라갔다. 김창수 씨가 6년 동안 뇌경색으로 누운 어머니를 홀로 돌보는 모습에서는 평온과 고달픔이 교차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되는 기저귀 교체, 울력 없는 돌봄, 잊혀진 밤의 수면은 한 개인에게서, 결국 한 가족에게서 일상을 빼앗았다. 손한수 씨에게 주어진 4년간의 간병은 사랑마저 지치게 하는 고독과의 싸움이었다. 매달 200만 원에 이르는 간병비는 고통을 경제적 부담으로 증폭시킨다. 간병 파산, 간병 살인, 이 단어들은 극한 슬픔이 낳은 한국 사회만의 비극이었다.

이 아픔은 더이상 개인의 몫만이 아니다. 인하대학교 임종한 교수는 빠른 고령화와 급증하는 노인 인구 속에서 ‘돌봄’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공통의 운명이 됐다고 경고한다. 얼마 남지 않은 미래, 인구의 무게만큼 돌봄의 책임은 모든 가족·개인으로 퍼지고 있다. 이미 의료비 지출이 국내총생산의 10%를 넘어서며, 사회는 이 커져가는 짐의 해답을 찾으려 안간힘을 쓴다.
간병의 끝은 어디일까. 사회는 누군가가 무너지는 그 시간의 현장을 직면할 준비가 돼 있는가. ‘돌봄통합지원법’이란 새로운 제도적 시도가 걸음을 뗐다. 내년 3월 시행되는 이 법은, 가족 돌봄의 소외와 아픔을 의료·요양·복지 융합 서비스로 잇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부천시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실험만 봐도 완벽한 해법은 아직 멀기만 하다. ‘PD수첩’은 현장의 균열, 제도의 한계, 가족 돌봄의 진짜 무게를 직접 마주하며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돌봄의 미래는 무거운 책임을 외면하지 않을 때야 비로소 열릴 수 있음을, 오늘도 대한민국 곳곳의 가정은 몸소 증명하고 있다. 간병의 무게에 밀려 벼랑 끝에 서야 했던 이름 없는 이들의 역사가, 어른이 돼버린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됐다.
이날 방송에서 ‘PD수첩’은 수축사회 2부 ‘죽어야 끝나는 간병’을 통해 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돌봄의 갈림길을 집중 조명했다. 이어 다음 회차는 7월 8일 화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영되며, 점점 깊어지는 가족과 사회의 균형에 대한 울림을 이어간다.